[대전=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지도자로서 뭉클할 때도 있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이 한 달 정도 인쿠시를 지켜본 뒤 남긴 말이다. 고 감독이 뭉클한 포인트는 배구를 향한 순수한 열정과 노력이다. 매일 같이 배구 일지를 쓰면서 성장하기 위해 애를 쓰는 제자를 계속 보고 있으면 지도자는 당연히 마음이 쓰일 수밖에 없다.
정관장은 지난해 12월 인쿠시를 영입해 눈길을 끌었다. 기존 아시아쿼터 선수 위파위가 무릎 십자인대 파열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이 불가피해지자 교체를 선택했다.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던 선수들 안에서 대체 선수를 골라야 했기에 선택지 자체가 좁긴 했다.
인쿠시 지명이 눈길을 끈 배경에는 김연경이 있었다. 인쿠시는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됐던 TV 예능 '신인감독 김연경'에 출연해 큰 인기를 얻었다. 프로에서 방출됐거나 그동안 프로에서 기회를 얻지 못했던 선수들이 뭉쳐 감독 김연경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드라마가 큰 감동을 안겼다.
인쿠시는 출연 선수 가운데 유독 인기가 더 많았던 선수다. 몽골 출신이라 한국어가 능숙하진 않지만, 그만큼 더 노력하려는 모습을 팬들은 응원했다. 김연경이 인쿠시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더 따끔하게 혼내는 바람에 시선을 더 끌기도 했다. 게다가 프로의 꿈까지 이뤘으니 프로그램 취지에 딱 맞는 결말이었다.
인쿠시는 정관장에서도 공격력은 어느 정도 보여줬다. 문제는 리시브와 수비. 아웃사이드 히터이기에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코트에서 뛰는 시간을 더 확보하기 어렵다.
고 감독은 13일 대전 페퍼저축은행전을 앞두고 "수비나 리시브 위치를 조정하는 것을 신경 써서 준비했다. 특히 인쿠시가 수비 위치를 잘 모른다. 위치를 자꾸 수정하고, 알려주면서 전술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인쿠시가 경기를 치르면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 감독은 "팬들이나 기자들은 경기 때만 인쿠시를 보지만, 우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본다. 배구 일지도 쓰면서 어떻게든 자기가 배구로 성공하려는 모습, 훈련도 정말 열심히 하고 배우려는 그런 모습들이 지도자로서 뭉클할 때가 있다. 물론 아시아쿼터 선수가 무슨 성장이냐 증명해야지 이런 말도 맞다. 우리는 아시아쿼터 풀 속에서 뽑아야 해서 인쿠시를 뽑은 것이다. 좋은 선수가 있었다면 성장시킬 선수를 뽑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배구를 대하는 인쿠시의 태도는 분명 큰 장점이지만, 결국 프로 무대에서는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인쿠시는 13일 페퍼저축은행전에서는 7득점, 공격성공률 40%를 기록했다. 정관장은 세트스코어 0대3(18-25, 21-25, 16-25)으로 완패했는데, 범실 22개를 쏟아내면서 자멸했다. 인쿠시는 범실 4개를 기록했다.
전반기는 거의 끝났지만, 후반기까지 인쿠시가 증명해야 할 것들은 아직 더 남아 있다. 김연경의 후광이 영원할 수는 없기에 인쿠시가 계속 증명해 나가야 한다.
고 감독은 "인쿠시의 그런 모습(좋은 태도)을 보면서 선수들도 나도 느낀다. 리그에 활기를 불어넣지 않았나. 그런 것도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인쿠시가 팬들에게 응원을 받는 만큼 코트에서 더 힘을 내길 기대했다.
대전=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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