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흩어져 어지럽거나, 왁자지껄하고 시끄러울 때 낭자(狼藉)하다고 한다. 유혈이 낭자하다는 표현은 낯익다. 사전의 정의에 터 잡아 쓰임을 넓히자. 신발짝이 사방에 낭자하게 흩어져 있다고.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낭자하다고. 매미의 울음소리도 낭자하다고. 이리 랑(狼)에 깔개 자(藉. 또는 왁자할 적). 이리는 깔고 자는 풀로 장난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이리의 깔개가 뒤죽박죽 지저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유혈(흘러나오는 피)이 낭자(여기저기 흩어져 어지럽다)하다는 진부하지만 섬뜩한 관용구다.
한자 뜻을 새기면 새롭게 보일 낱말로 양동작전(陽動作戰)도 꼽을 만하다. 자기편의 작전 의도를 숨기고 적의 판단을 혼란하게 하기 위해 본래의 작전과는 다른 어떤 행동을 눈에 띄게 드러내어 상대방을 속이는 전술. 열쇠 말은 양동에 쓰인 볕 양(陽)이다. 음(陰. 그늘 음)과 반대로 양은 '일부러 드러내어'라는 뜻을 나타낸다. 상대가 알게끔 눈에 띄게 움직이는 것이 양동이다. 크게 보아, 스포츠 경기에서 반복되는 페인트(feint) 공격도, 동쪽에서 소리 내고 서쪽에서 적을 친다는 군사 작전상의 성동격서(聲東擊西)도 모두 양동작전이다. 다만, 페인트에 속으면 점수를 주지만 성동격서에 된통 당하면 유혈이 낭자해질 수 있다는 건 큰 차이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김점식, 『지적인 어휘 생활』, 틔움출판, 2023
2. 표준국어대사전
3. 고려대한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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