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년 전인 1985년 프랑스 아트페어 피악(FIAC)에 작품을 출품한 조각가 최종태를 두고 현지 평론가들은 '도끼 작가'라고 불렀다.
그의 조각 작품인 '얼굴'이 'ㄱ'자 형태의 도끼 같은 모습인 데다 당시 한국의 정치 현실까지 빗댄 별명이었다. 작가가 군사 정권의 폭정과 억압에 대한 날 선 비판으로 저항 정신을 담아 얼굴을 날카롭고 날렵한 도끼처럼 조각했다는 해석이었다.
이에 대해 최종태는 지난 1월에 쓴 작가의 글에서 "그 무렵 외부의 상태와 내 내부의 상황을 연결하고자 하는 시도는 상상하지도 못했다"며 "내가 의도한 것이 아니고 자연 발생적이었다.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최소한의 형식을 빌려서 분출했던 것"이라고 고백했다. 비판적 의도를 전제한 것은 아니었지만 당대의 현실을 목격하며 축적된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표현됐다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등 참혹한 비극과 국민의 항거를 온몸으로 겪으면서도 꿋꿋이 삶을 이어갔던 한국인에 대한 연민을 담아 평생 사람을 조각했던 최종태의 개인전 '얼굴'이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그의 '얼굴' 연작을 다룬 전시다. 1970년대부터 근작까지 70여점의 두상 조각과 회화가 출품됐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김종영(1915∼1982)에게 사사하며 조각의 길로 들어선 최종태는 1968년 어느 날 방구석에 손바닥만 한 나무 조각이 있어 결대로 깎기 시작했다.
손 가는 대로 정신없이 1∼2시간을 작업했더니 추상 성향이 강한 형태의 얼굴이 나왔다.
그는 인근 주막으로 가 막걸리 한 사발을 마시고는 "이제 김종영으로부터 벗어났다"며 쾌재를 불렀다. 최종태는 작가의 글에서 "세계 미술사에서 해방되는 것보다 스승의 품을 벗어나는 것이 더 어려웠다"고 적었다.
이렇게 시작된 '얼굴' 연작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970년대에는 폭이 좁고 납작한 모양의 두상을 변형해 목이 가늘고 얼굴이 옆으로 긴 'ㄱ'자 형태의 조각을 제작했다. 그의 이름을 국제적으로 알린 '도끼 얼굴'이었다.
1980년대 제작된 '얼굴' 연작은 도끼형 얼굴의 옆면을 비대하게 키우거나 볼록한 볼을 표현하기 위해 양감을 더하는 방식으로 변주됐다. 이때는 대부분 브론즈로 주조됐다.
최종태는 1990년대부터 다양한 형식으로 변주하는 데 매진했다.
도끼형 얼굴은 마치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는 듯이 기울어진 형태로 변모했고, 이목구비가 크고 또렷해지거나 혹은 완전히 사라지고, 머리카락 표현이 다양해지기도 했다.
1996년에는 야외 설치를 염두에 둔 듯 거대한 규모로 제작되기도 했다.
2005년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대규모 회고전을 기점으로 채색 조각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원색의 강렬한 색채가 얼굴 조각에서 자주 사용됐고, 음각이나 양각으로만 표현되던 이목구비가 붓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아흔이 넘은 최종태는 지금도 아침이면 일어나 작업실로 향한다.
그는 "왜 얼굴 조각을 만드냐고 물으면 대답을 못 한다. 왜 살고 있는가 하고 묻는 거나 다름이 없다"며 "내 삶의 방식이 조각을 만드는 일이다. 세상 모든 문제를 한데 모아놓고 그 한가운데를 망치로 때리는 것"이라고 적었다.
전시는 3월 29일까지.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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