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내가 감독인데, 팬들 앞에 너무 부끄러웠다. 지도자로서 창피한 경기다."
세트스코어 0대3 셧아웃. 신영철 OK저축은행 감독이 보기드물게 짙은 실망감을 토로했다.
OK저축은행은 18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시즌 V리그 대한항공전에서 셧아웃 완패를 당했다.
우리카드전에 이어 2연패, 5라운드 들어 3연승의 휘파람을 뒤로 하고 라운드 전적은 다시 3승3패가 됐다. 1라운드(2승4패)를 제외하면 2~5라운드 모두 3승3패다.
이유는 간단하다. 극단적인 홈-원정 경기력 차이다. 홈인 부산에서는 12승3패, 나머지 원정에서는 3승12패를 기록중이다. 최대 5000명을 수용하는 홈구장 부산강서체육관의 크기에 부산 특유의 열광적인 응원이 더해진 덕분으로 보인다. 배구 관계자들은 "듣던대로 부산은 다르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뒤집어 말하면 뜨거운 홈 응원이 없으면 상대에게 압도당한다는 뜻이다. 3위 KB손해보험(승점 46점)부터 6위 우리카드(승점 41점)까지 치열한 순위경쟁이 펼쳐지는 상황, 그 중간(승점 45점)에 선 OK저축은행은 시즌의 분기점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2연패를 당한 것.
특히 이날 경기는 말 그대로 대한항공에 압도당한 하루였다. 1세트 12-12에서 디미트로프의 찬스볼 공격이 대한항공 정지석의 단독 블로킹에 가로막히고, 뒤이은 정지석의 서브에이스가 터지면서 사실상 승패가 결정된 모양새.
경기 후 만난 신영철 OK저축은행 감독은 "부끄럽고 창피했다"며 깊은 한숨을 토했다. 이어 "리시브, 2단 연결 등 프로 선수가 해서는 안되는 실수들이 나왔다.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안되면 노력을 해야지, 팬들 앞에서 뛰고 있지 않나. 구단 관계자들께도 죄송스러웠다. 결국 모든 건 감독 책임이니까"라고 괴로워했다.
올해 나이 62세, 삼성화재-현대캐피탈만 빼고 5개팀 지휘봉을 다 잡아본 그다. 우리카드 이후 휴식기를 가진 뒤 2년만에 복귀한 팀이 바로 OK저축은행이다. 그만큼 선수들의 기본기를 닦고, 동기를 부여하는 능력은 배구계에선 첫손 꼽힌다. '봄을 부르는 남자'라는 별명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콜을 하면 그다음에 탁탁탁 움직여야지, 배구는 팀플렝리다. 동료가 안되면 커버를 해줘야하는데, 서로 준비가 안되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있었다. (대한항공)이든의 출전과 별개로, 우리만 잘했으면 오늘 재미있는 경기를 했을 거다. 기회가 왔는데 쉬운 볼을 처리못하면, 대한항공 같은 팀 상대로는 이길 수가 없다."
어찌됐든 4위고, 봄배구 도전의 기회는 남아있다. 6라운드에선 승부를 봐야한다.
신영철 감독은 "중간까지 올라와준 것 자체는 선수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또 홈에서는 나름대로 잘하고 있다"면서 "오늘 같은 경기 중에도 어떤 선수가 불평불만을 얘기하길래 살짝 화도 냈다. 감독도 답답하다. 나라고 선수들 마음을 왜 모르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쩔 수 없다. 감독이 해야할 일은 선수들을 준비시키고,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거다. 이제 와서 전력에 변화를 줄 수도 없는 상황 아닌가. 어떻게든 봄배구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을 만들어보겠다."
인천=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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