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아버지가 평소에도 목소리가 크다. 경기중에 휘파람 불고, 막 소리지르는게 들렸다."
흥국생명 레베카가 모처럼 활짝 웃었다. 가족의 뜨거운 응원에 힘을 냈다.
최근 2경기 연속 6득점에 그쳤다. "그게 그 선수의 실력"이란 사령탑의 호된 비판에도 직면했다.
흥국생명은 5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시즌 V리그 현대건설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3대2로 승리했다.
진흙뻘에 굴러도 승리는 달콤하다. 이날 흥국생명은 1세트 14-25, 3세트 10-25 등 믿기 힘들 정도의 졸전을 벌이다가도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다음 세트를 따내는 보기드문 기복을 보였다. 요시하라 도모코 흥국생명 감독도 "이런 기복은 처음 본다. 일본에선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래도 팀의 중심을 잡고 승리를 이끈 선수가 레베카다. 레베카는 이날 팀 공격의 44.3%를 책임지며 27득점, 힘겨운 승리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현장에는 레베카의 가족들이 찾아왔다. 아버지 포함 5명의 대군단이다. 레베카는 "아버지 목소리가 크다는 걸 잘 안다. 경기장에서 막 소리를 지르시고, 휘파람 부는게 잘 들렸다. 처음엔 좀 부끄러웠다"며 웃은 뒤 "나를 응원하는 마음이 잘 느껴졌다. 미국에 있는데 바다 건너 한국까지, 날 응원하러 와준 것 아닌가. 가슴이 따뜻해졌다"고 덧붙였다.
2세트 경기 도중 살짝 삔 발목에 대해서는 "심각하지 않다. 괜찮아질 거다. 테이핑을 한 건 그래도 좀더 발목을 안정화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웃어넘겼다.
4라운드 이후 자신의 부진에 대해서는 "나도 잘 알고 있다. 내 마음속에 '한번 해보자'라고, 불을 더 지피려고 노력했다. 구단에서도 많은 도움을 줬다. 동기부여가 크다"면서 "긴 시즌인데 건강하게 뛰고 있어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요시하라 감독도 이날 공격 성공률(38.57%)와 별개로 레베카의 '공격적인 자세', '내가 결정짓겠다는 책임감'에 높은 점수를 줬다. 레베카는 "요즘 부진하지 않았나. 숫자나 데이터를 보면서 압박감도 많이 느꼈다. 오늘만큼은 무조건 내가 해낸다, 조금만 더 여유를 갖고 집중하자는 마음가짐으로 뛰었다"고 설명했다.
10점, 14점을 내는 세트가 나오면 보통 그날은 지는 경기다. 하지만 이날 흥국생명은 총점 89대104의 열세에도 기어코 승리를 거머쥐었다. 레베카는 "우리 팀이 자랑스럽다. 정말 힘든 경기였고 긴 경기였는데 포기하지 않고 계속 파이팅하며 결국 이겼다"며 활짝 웃었다.
요시하라 감독에 대해서는 "우리 플레이가 기대에 못미칠 때는 샤우팅을 하실 때도 많다. 그래도 대체로 전술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프라이버시"라며 손가락을 세웠다.
흥국생명에는 무려 6명의 세터가 있다. 주로 이나연이 주전으로 출전했지만, 이날은 박혜진이 2세트부터 풀타임을 소화했다.
레베카는 "우리 세터들은 항상 준비돼있다. 오늘 박혜진이 내게 힘을 불어넣어줬다"며 칭찬했다.
"내가 팀을 위해 득점을 해야한다는 동기부여, 그 감정을 위해 아포짓 포지션을 골랐고 지금까지 뛰고 있다. 잘 되는 날도, 안 되는 날도 있지만 더 밀어붙이고 노력해서 극복하고자 한다. 결국 승리하려면 외국인 선수가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오늘처럼 내가 성장하고 잘하기까진 팀원들의 도움이 컸다."
인천=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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