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우리도 저렇게 되면 어쩌나 걱정도 있었는데…."
한국 야구대표팀의 간판타자 문보경은 지난 6일 일본 도쿄 도쿄돔에서 열린 '2026년 WBC' C조 조별리그 일본과 대만의 경기를 직관했다. 한국의 휴식일이기도 했고, 한국이 7일과 8일 난적 일본과 대만을 차례로 만나는 만큼 두 눈으로 전력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경기 결과를 지켜본 문보경은 얼어붙었다. 일본이 대만에 7회 13대0 콜드게임 승리를 거둔 것. 한국이 2023년 대회에서 일본에 4대13으로 대패했던 충격이 되살아난 순간이었다.
문보경은 "사실 내가 일본과 경기 전날 일본과 대만의 경기를 직접 보러 갔다. 궁금해서 봤는데, 엄청 걱정을 많이 했다. 너무 큰 점수차로 일본이 이기는 것을 보고 2023년 경우도 있고, 우리도 저렇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한국은 세계랭킹 1위 일본이 쩔쩔맬 정도로 대등하게 붙었다. 이겼으면 좋았겠으나 결과는 6대8 패. 그래도 한국의 패배를 누구도 질책하지 않았다. 오히려 8일 대만전 연장 10회 4대5 패배가 더 충격이었다. 야구는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스포츠인 것은 분명하다.
문보경은 "한일전에 생기는 전투력 때문에 우리가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고, (이)정후 형이 얘기했듯이 잘했지만, 졌으면 안 됐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프로는 결과로 증명하는 자리기에 져서 화도 많이 나고 분했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은 1승2패 탈락 위기에서 9일 호주를 7대2로 꺾고 기적의 8강 진출을 확정했다. 한국과 호주, 대만이 나란히 2승2패를 기록했는데, 한국이 동률 시 순위 계산법에 따라 호주에 2실점 이하 5점차 이상 승리를 거둔 덕분에 기적을 쓸 수 있었다.
문보경은 한국의 8강 진출을 이끈 일등 공신이다. 4경기에서 타율 5할3푼8리(13타수 7안타), 2홈런, 11타점, OPS 1.154를 기록했다. 11타점은 한국 선수 역대 WBC 최다 타이기록이다. 2009년 대회 준우승 당시 김태균이 9경기에서 11타점을 기록했는데, 문보경은 조별리그 4경기 만에 대선배와 어깨를 나란히했다. 9일까지 이번 대회에서 두 자릿수 타점을 올린 선수는 문보경뿐이었다.
문보경은 압도적 타점 1위라는 평가에 "솔직히 그것은 상관없다. 일단 올라가서 다행"이라며 "지금이 최고점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도 이만큼 잘 쳤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그나마 가장 좋을 때 대회 기간이 겹쳐서 다행인 것 같다. (전국민의 보물이라면) 애국가에 넣어달라"고 덧붙이며 웃었다.
한국의 8강을 확정하는 순간. 문보경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1루수 뜬공으로 처리한 뒤 미트를 집어던지며 포효했다. 그리고 이내 눈물을 펑펑 흘렸다.
문보경은 "뭔가 막혀 있었던 게 뚫린 느낌이다. 그동안 조금 걱정과 긴장했던 게 다 풀린 느낌이었고, 사실 대회 전부터 걱정도 했다. 긴장도 엄청났는데, 되게 시원하게 풀린 느낌이라 다행이다. 그 기분에 울었다"고 설명했다.
대만에 지고, 대회 4연속 탈락 위기에 놓였을 때 또 '한국 야구는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문보경은 "사실 어제(8일) 대만전 끝나고 그런 이야기도 들렸는데, 핑계일 수 있지만, 이겼으면 이런 경우의 수도 없었을 것이다. 핑계고, 어찌 됐든 8강에 올라가서 조금 더 한국 팬들이 좋아하실 것 같다. 야구 인기가 더 올라가서 우리가 다음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래도 좀 증명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도쿄=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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