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100% 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석연치 않은 정도가 아니었다. 명백한 볼 판정 오심에도 우승 후보 도미니카공화국은 2026년 WBC 탈락을 받아들였다. 오심 하나 때문에 탈락한 것은 아니라고. 억울할 상황에서 오히려 대인배의 마음가짐을 보여주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도미니카공화국은 16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대회 준결승전 미국과 경기에서 1대2로 석패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메이저리그 슈퍼스타들이 총출동해 역대급 라인업으로 눈길을 끌었다. 후안 소토(뉴욕 메츠)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블루제이스) 매니 마차도,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이상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빅리그 올스타들이 총출동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준결승전 전까지 5경기에서 경기당 10점 이상을 뽑아 핵타선으로 불렸다. 미국과 준결승전 2회 주니어 카미네로가 미국 에이스 폴 스킨스에게 뺏은 선취 솔로포를 더해 대회 15홈런을 기록, 역대 최다 신기록을 작성하기도.
이런 핵타선도 미국 투수들에게는 꼼짝을 못했다. 이날 미국 투수들의 최고 구속은 스킨스 99.2마일(약 159.6㎞), 그리핀 잭스 96.9마일(약 156㎞), 데이비드 베드나 97.1마일(약 156.2㎞), 메이슨 밀러 101.8마일(약 164㎞)이었다. 타일러 로저스와 개럿 위트록을 제외하면 모두 95마일 이상 강속구를 뿌렸다. 도미니카공화국 타자들은 미국(7안타)보다 많은 8안타를 뽑고도 1득점에 그쳤다. 다들 구위가 좋다 보니 연속 안타 또는 출루를 허용해 무너진 투수가 없었다는 뜻이다.
도미니카공화국은 1-2로 뒤진 9회말 2사 3루 마지막 공격 상황에서 통한의 오심을 지켜봐야 했다. 타석에는 헤랄도 페르도모, 마운드에는 미국 마무리 밀러가 있었다. 밀러는 풀카운트에서 6, 7구째를 101마일(약 162.5㎞) 강속구를 꽂아 넣으며 위기를 틀어막고자 했다. 페르도모는 이 공들을 다 파울로 걷어내며 어떻게든 한 점을 뽑아 최소 연장전으로 가는 그림을 그렸다.
마지막 8구째. 밀러의 선택은 슬라이더였고, 스트라이크존 낮게 떨어졌다. 눈에 확연히 보이는 볼. 그런데 주심의 판정은 스트라이크였다. 루킹 삼진으로 경기 종료. 도미니카공화국으로선 매우 허무한 탈락 순간이었다.
페르도모는 경기 뒤 미국 스포츠매체 'ESPN'과 인터뷰에서 "100% 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코리 블레이저 주심의 최악의 오심. 그런데 페르도모는 주심을 탓하지 않았다.
페르도모는 "우리가 그 한 순간 때문에 경기에서 졌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 볼 판정은 경기의 일부고, 다음에 우리가 더 잘하길 기대한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알버트 푸홀스 도미니카공화국 감독도 마찬가지.
푸홀스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장에서 "마지막 공을 신경 쓰고 싶지 않다. 그와 관련한 어떤 비판도 하지 않겠다. 의도하지 않은 일이니까"라며 사태를 넘겼다.
오히려 미국 언론 또는 관계자들이 더 흥분한 분위기다.
뉴욕 양키스 전설의 유격수이자 메이저리그 레전드 데릭 지터는 미국 현지 중계 방송사인 '폭스스포츠' 리뷰 방송에 출연해 "다음 WBC에는 ABS(자동볼판정시스템)가 도입될 것이란 확신을 아마 얻었을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경기가 끝나는 것은 원치 않지 않느냐"고 힘줘 말했다.
미국 매체 'USA투데이'는 '블레이저 주심은 일반적으로 더 신뢰할 수 있는 주심 중 한 명으로, 2025년 정확도 94%를 기록해 전체 심판 가운데 상위권이었으나 특급보다는 약간 아래였다. 올해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경기였다면, 도미니카공화국은 헬멧을 톡 치는 간단한 방법으로 ABS 챌린지를 신청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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