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노)경은이를 보면 '미안하다. 너무 조금 준 것 같다'고 했죠. 진짜 대단한 선수에요."
SSG 랜더스 베테랑 투수 노경은의 투구를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다. 1984년생인 그는 올해 42세. '한국 나이'로 하면 43세로 평균 은퇴 시기를 훌쩍 넘은 나이인데도, 여전히 후배들에게 밀리지 않는 기량을 가지고 있다.
KBO 최초 3년 연속 30홀드 이상 기록, 3년 연속 76경기 이상 등판, 3년 연속 80이닝 이상 소화. 2022시즌부터 2025시즌까지 200이닝 이상을 소화한 KBO리그 전체 투수들 가운데, 안우진, 제임스 네일, 데이비드 뷰캐넌 등 쟁쟁한 선발 투수들 사이에서 불펜 중 가장 압도적 성적을 기록한 투수는 노경은 한명 뿐이다. 4시즌간 200이닝 이상을 던지면서도, 2점대 평균자책점(2.92)을 기록한 유일한 불펜이다. 각종 최초, 최고령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노경은이다.
여러번의 은퇴 위기. 특히 2021시즌이 끝난 후 롯데 자이언츠에서 방출됐을 때는 더이상 선수 생명을 연장하기가 쉽지 않다고 봤다. 직전 시즌 그의 성적은 14경기 3승5패 평균자책점 7.35였다.
강제 은퇴 위기에서 테스트까지 보면서 SSG에서 마지막 기회를 얻었고, 마치 다른 투수처럼 변신했다. 기회가 선수를 만들듯이,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선수로 다시 태어났다. 그해 SSG가 통합 우승을 차지하는데 노경은의 지분이 적지 않았고, 이듬해인 2023시즌부터는 본격 전문 불펜 요원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히려 점점 더 갈 수록 성적이 좋아진다. SSG는 지난해 팀 불펜 WAR이 13.88로 10개 구단 중 1등이었는데, 그 역시 노경은이 후배들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해줬기에 가능했다. 리그 불펜 투수 중 WAR 1~3위가 전부 SSG 선수들인데, 1위는 조병현(3.37)이고 2위가 바로 3.13인 노경은이다. 3위는 2.85의 이로운이다. 20대 쌩쌩한 투수들을 제치고 최상단에 있을 정도다.
노경은은 2024시즌을 마친 후 SSG와 2+1년 최대 25억원(인센티브 9억원 포함)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이정도 성적이면 옵션을 대부분 채웠겠지만, 인센티브를 빼고 보장 연봉만 치면 2+1년 19억원에 불과하다. 불펜 투수들도 40억, 50억원을 넘는 시대에서 이정도 성적을 내는 투수가 이정도 금액을 받은 것 자체가 '가성비'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김재현 SSG 단장도 노경은의 믿기지 않는 활약을 보면서 "너무 조금 줘서 미안하다"며 농담을 섞은 진심어린 '리스펙'을 보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노경은이 최종 엔트리에 들어갔을 때도 의아한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대표팀 투수들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허리 역할을 해준 선수가 바로 노경은이었다. 오히려 20대 투수들이 그를 보고 반성해야 할 정도로, 경험과 자기 관리를 앞세운 안정적 투구를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로도 보여줬다.
이숭용 감독도 대표팀 일정으로 인해 노경은과 조병현을 1군 캠프에 합류시키지 않고, 2군 캠프에서 몸을 만들라고 하면서도 "전혀 걱정이 안된다. 두사람은 알아서도 너무 잘하는 투수들이다. 아예 걱정은 하지 않고 있다"며 여유있게 웃었다.
다만 그래도 아예 손을 놓고있을 수는 없다. 42세인 노경은의 나이를 대비해 팀에서는 계속해서 비상 시나리오도 염두에 두고는 있다. 또 올해는 WBC 때문에 공을 더 빨리 던지기 시작했고, 누적된 피로도 적지 않기 때문에 조금 천천히 시즌을 시작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
아마 노경은은 쉬고싶지 않을 것 같지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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