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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을 쓴 `힙한` 발레가 온다…"전통이 새로운 개성 될 수 있죠"

by 스포츠조선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창작발레 '갓'의 박소연 안무가(오른쪽부터), 최민지 작곡가가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윤별발레컴퍼니 연습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3.26 ryousant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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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창작발레 '갓'의 박소연 안무가(오른쪽부터), 최민지 작곡가가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윤별발레컴퍼니 연습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3.26 ryousanta@yna.co.kr
[박소연 안무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창작발레 '갓'의 박소연 안무가(오른쪽부터), 최민지 작곡가가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윤별발레컴퍼니 연습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3.26 ryousanta@yna.co.kr

"갓을 소재로 한 전시회에서 무형유산 선생님이 세세하게 갓을 꿰고 계시는 모습을 보게 됐어요. 익숙하게 생각한 물건이 이렇게 아름다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배웠죠." (박소연 안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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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을 소재로 한 발레를 만든다는 말이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소재가) 한국적 느낌이 강하니 전자음악이랑 섞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도 떠올랐죠. (최민지 작곡가)

오는 28∼29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공연되는 윤별발레컴퍼니의 '갓'은 독특하게도 한국 전통 복식인 갓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창작 발레다. 흑립, 삿갓, 족두리 등의 소재를 현대적 음악과 춤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지난 2024년 초연을 거쳐 지난해 전국투어를 개최하는 등 발레단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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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독특한 시선으로 전통을 바라보며 '힙한' 요소를 발견한 박소연 윤별발레컴퍼니 상임안무가와 최민지 작곡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공연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가 한창인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윤별발레컴퍼니 연습실에서 두 사람을 만나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두 사람은 "그동안 우리 문화가 서양의 요소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발전을 이뤘는데, 그다음 단계는 다시 우리 것을 가져와 새롭게 하는 것"이라며 "전통이 결합할 때 새로운 개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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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은 박 안무가가 독일 젬퍼오퍼 발레단 무용수로 활동하던 시절 얻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을 본 외국인들이 갓에 주목하는 모습을 지켜본 그는 2021년 갓을 쓴 발레리나를 소재로 단편 '여흑립'을 만들었고, 분량을 늘려 2024년부터 정식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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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안무가는 "남성들이 쓰는 갓을 발레리나가 썼을 때의 이질적 느낌이 좋았다"며 "처음엔 8분 길이 단편이었는데, 외국인들이 여러 종류의 갓을 보며 신기하게 여겼던 모습이 떠올라 60분짜리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작품은 흑립을 쓴 발레리나들의 군무를 담은 '여흑립'으로 시작해 결혼을 앞둔 새색시의 춤을 표현한 '족두리', 갓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아낸 '갓일' 등 9개 장면으로 갓이 지닌 여러 면모를 표현한다.

무용수로도 무대에 오를 예정인 박 안무가는 전통적 소재를 바탕에 둔 작품에서 기존 클래식 발레와는 다른 멋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귀띔했다.

그는 "우리가 아는 발레는 테크닉을 뽐내고 관객을 향해 에너지를 뿜어내지만, 이 작품에서는 무용수들에게 보다 정성스러운 표현을 강조한다"며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품위 있고 강한 이미지를 살리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단편 작업부터 제작에 참여해 온 최 작곡가는 신시사이저를 비롯한 전자 음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현대적인 멋을 더했다. 무용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박 안무가와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장면에 맞는 소리를 구상해 나갔다.

그는 "장면마다 전통악기, 신시사이저를 비롯해 목소리까지 100개 넘는 소리가 들어간다"며 "'족두리' 파트에서는 '귀엽고 깜찍한' 소리를 찾기 위해 음악을 11번 바꿨다"며 웃었다.

최 작곡가에게 '갓'은 본격적인 무용음악 작곡가로서의 길을 열어준 작품이기도 하다. 선화예중 재학 시절 선화예고 선배였던 박 안무가를 동경했다는 그는 이번 작업에 임하는 열의가 그래서 더 남달랐다고 했다.

최 작곡가는 "(소연) 언니는 이미 학교에서 무용 잘하기로 유명했다. 우연히 연습하는 모습을 봤는데 너무 잘했던 기억이 있다"며 "우상인 언니가 음악이 필요하다고 연락했을 때는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무용 선후배에서 동료 창작자로 거듭난 이들은 남다른 호흡을 자랑한다. 두 사람은 서로를 자세한 설명 없이도 소통이 가능한 탁월한 파트너라고 치켜세웠다.

"제가 추상적으로, 까다롭게 이야기해도 음악을 받아보면 안무가 바로 떠오를 정도로 포인트를 잘 잡아내요. 맛깔난 무대를 만들어주는 작곡가입니다." (박 안무가)

"많은 안무가를 만나봤어도 음악을 말 그대로 '다 듣는' 안무가는 거의 유일해요. 작은 소리 하나만 듣고 동작을 표현하는 모습을 볼 때 감동하기도 하죠." (최 작곡가)

두 사람은 한국 문화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갓'이 한국 발레의 매력을 알리는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때마침 발레단은 올해 전국 투어에 이어 해외 공연을 통해 '갓'을 더 많은 관객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최 작곡가는 "K팝부터 K푸드까지 'K'가 온갖 것에 다 붙고 있는 상황에 작품을 선보일 수 있어서 때가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며 "다들 한국을 알아가려 하는 시기에 한국의 개성을 살린 작품이 나온다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안무가로서 한국 창작 발레 작품도 재밌고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봐요. 앞으로도 재밌는 작품을 선보이면서 관객층을 넓혀 나가는 것이 과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박 안무가)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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