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례에 반해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된 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제한된다고 판단해 논란을 불렀던 2021년 서울중앙지법 1심 판결이 5년 만에 대법원에서 최종 취소됐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당시 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달 12일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들이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 각하 판결을 취소한 원심(2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사건은 1심인 서울중앙지법에서 다시 판단을 받게 됐다.
원고인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 85명은 2015년 5월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훗카이도탄광기선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미지급 임금과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2021년 6월 당시 1심인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당시 재판장 김양호 부장판사)는 원고들에게 소송을 낼 권한이 없어 부적법하다며 청구를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내리는 결정이다. 청구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각 결정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로 볼 수 있다.
1심 재판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따라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권이 제한된다고 판단했다.
이는 앞서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을 불렀다.
대법원은 2012년 다른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일본제철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처음으로 배상청구권을 인정하며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이후 지난한 과정을 거쳐 2018년 10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일본 기업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최종적으로 확정됐다.
그러나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청구권 협정에 따라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이 제한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당시 전합의 소수의견(권순일·조재연 대법관)을 따랐다.
논란을 촉발한 1심 판결은 결국 2심에서 깨졌다. 일부 피해자와 유족이 항소했고 2024년 2월 서울고법 민사33부(당시 구회근 부장판사)는 "1심 판결은 부당하다"며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2심 재판부는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법리에 따라 "원고들이 주장하는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청구권 협정이 손해배상 청구권 행사를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은 "국가가 조약을 체결해 외교적 보호권을 포기함에 그치지 않고 국민 개인의 동의 없이 국민의 개인청구권을 직접 소멸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근대법의 원리와 상충된다"며 "조약에 명확한 근거가 없는 한 조약 체결로 국민의 개인청구권까지 소멸했다고 볼 수 없는데, 청구권협정에 개인청구권 소멸에 관한 양국 정부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볼 근거를 찾기가 어렵다"고 했다.
미쓰비시중공업과 훗카이도탄광기선이 이런 2심 판결에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미쓰비시중공업의 상고에 대해 "원심 판단에 국제재판관할, 조약이나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 및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훗카이도탄광기선은 "일본의 구 회사갱생법상 갱생계획인가 결정을 받아 면책됐고, 면책된 채권에 기초해 제기된 소송은 부적법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는데, 대법원은 이에 대해서도 "당시 '속지주의 원칙'을 취하고 있던 우리나라의 구 회사정리법 하에서는 해당 갱생계획 인가 결정에 따른 면책의 효력이 원고들의 소 제기에 미치지 않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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