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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A 35년] ② 일본은 맡겼고 한국은 관리…자이카-코이카 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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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카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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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코이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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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과 일본은 모두 '선진 공여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속한 공적개발원조(ODA) 주요 공여국이지만, 구체적인 개별협력 방식에서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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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보다 ODA 역사가 오래된 일본은 장기 인프라 중심의 전략적 접근을 통해 국가 정책과 유기적으로 연결해왔다. 반면 한국은 그간 인적 역량 개발 중심의 협력 모델을 발전시켜왔다.

이러한 차이는 사업 분야를 넘어 정책 구조와 실행 방식 전반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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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이카 "신뢰 기반 협력 관계 구축이 일본 ODA 핵심"

일본은 외무성 산하의 일본국제협력기구(JICA·자이카)가 ODA 사업을 현장에서 집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자선적인 의미의 원조가 아니라 개발도상국과 함께 일하는 기관임을 강조하면서 '장기적 협력'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차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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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카 관계자는 "국제개발협력은 일방적인 지원이 아니라 협력국과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라며 "장기적인 신뢰를 기반으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일본 ODA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는 일본 ODA의 큰 특징 중 하나로 언급된다. 단기적인 성과에 주목하기보다는 협력국과의 관계 구축과 장기적인 협력에 방점을 두는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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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ODA 사업은 구조뿐만 아니라 규모 면에서도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과 다르다. 2024년 회계연도 기준 자이카의 전체 사업 규모는 1조7803억엔(약 16조7천472억원)이며, 무상원조는 1천46억엔(약 9천841억원)으로 집계된다.

무상원조만 전담하는 코이카와 달리 자이카는 유상원조, 무상원조, 기술협력을 통합적으로 수행한다. 유·무상 원조를 합친 한국 ODA 규모는 5조4천372억원으로, 코이카는 1조1천389억원의 예산으로 사업을 운용한다.

자이카는 3가지 형태의 ODA 방식을 갖추고 있어 국가 전략과 사업 내용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결합해 효과적이고 통합적인 프로젝트를 설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면 철도 사업의 경우 차관으로 건설 자금을 지원하고, 기술협력으로 운영·유지 역량을 구축한다. 경제특구 개발을 지원할 때는 차관으로 인프라 개발을 돕고, 통관 절차를 위한 원스톱 센터 설립을 위한 기술협력을 함께 진행한다.

반면 코이카는 유상원조(차관) 기능이 없는 구조적 한계를 민관협력으로 돌파하고 있다. 포용적 비즈니스 프로그램(IBS), 혁신적 기술 프로그램(CTS) 등으로 우리 기업의 자본과 첨단 기술을 현지 기술협력에 적극적으로 접목하는 방식이다.

◇ '질적 성장' 개념 토대로 대규모 인프라 사업과 연결

일본 ODA의 또 다른 특징은 철도를 비롯해 항만, 발전소 등 대규모 인프라 사업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이는 물량 확대 방식이 아닌 '질적 성장' 개념에 기반한다.

자이카 관계자는 "질적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규모뿐만 아니라 투명성, 개방성, 경제성, 채무의 지속가능성 등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질 높은 인프라의 국제적 표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이카는 전 세계 96개 해외사무소를 기반으로 현장 중심 운영을 강화하고 있다. 각국 정부와 긴밀한 협력 체계를 유지하면서 사업 초기부터 정책 조율과 위험 관리를 병행하는 구조다.

사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조기에 파악하고 대응하기 위해 협력국 유관 부처 장관급뿐만 아니라 실무진까지 폭넓게 소통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공식 보고 외에도 대면 소통을 강조하는 편이다.

다만 자이카 역시 모든 사업이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대형 인프라 사업 특성상 발생하는 비용 증가나 환경 훼손 논란, 주민 반발, 정치적 변수 등으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거나 논란이 발생한 사례도 존재한다.

자이카 관계자는 "이해관계자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리스크를 조기에 식별하고 협력국과 세부 역할, 대응책을 사전에 협의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 "한일 모델 달라 비교 어렵지만 한국 구조 맞게 설계를"

일본은 ODA를 외교·경제 전략과 긴밀하게 연계해 활용하고 있다. 단순히 개도국 지원 차원이 아니라 자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장기적인 투자라는 관점으로 본다.

이는 경제 안보와 공급망 안정 측면에서도 ODA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ODA를 국가 전략의 핵심 축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국 차이는 정책 구조에서도 드러난다. 일본은 정책과 집행이 자이카를 중심으로 일원화돼 있으나 한국은 외교부와 재정경제부, 국무조정실 등으로 나뉘어 있다.

이에 한국은 관리 중심, 일본은 위임 중심 구조라는 평가도 나온다.

자이카는 15개 국내 사무소를 통해 지방자치단체, 기업, 대학, 시민사회 등과도 폭넓은 협력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일본 내 다양한 주체가 개발협력에 참여하는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지만 한국은 국내 연계 구조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하지만 개발협력계 전문가들은 양국 ODA 모델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일본은 인프라 중심 장기 전략에 강점이 있고, 한국은 보건·교육 등 인적 개발 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등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어느 모델이 더 우월하냐를 따지기보다는 한국의 구조에 맞는 모델과 전략을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고 분석한다.

유럽 주요 국가들도 각기 다른 개발협력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기술협력 중심, 인권과 거버넌스 강조 등 다양한 접근 방식이 존재한다. 이는 ODA가 정답이 있는 영역이 아니라 각국 상황과 전략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임을 보여준다.

◇ 코이카-자이카 정례협의회도 운영…사업 간 협력 추진

코이카와 자이카는 2010년부터 매년 교차로 정례협의회를 열고 기관 간 교류 활성화와 공동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하지만 한일 관계 악화 등으로 2016년 1월 제6차 정례협의회 개최 이후 공식 회의는 열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 기관은 최근엔 '필리핀 방사모로 무슬림 자치 지역 회복력 강화를 위한 포용적 보건의료 구축 사업'이라는 공동 목표로, 사업 간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코이카와 자이카가 제3국에서 공동 협력을 확대한 첫 사례도 있었다.

코이카와 자이카, 미국국제개발처(USAID)는 2023년 7월 서아프리카 가나 정부의 2030 보편적 건강보장(UHC) 목표 달성과 글로벌 보건 안보 협력을 위한 약정을 처음 체결한 적도 있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지난해 USAID 폐쇄 방침을 밝히고 해외원조 규모를 대폭 축소하면서 삼각 협력이 약화하자 코이카는 프랑스, 영국 등 주요 공여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신진 선진공여국과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방식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일 양국이 볼리비아에서 같은 기관에 전문가와 해외봉사단을 파견하는 등 상호 보완적인 방식으로 협력국을 지원한 형태도 눈에 띈다.

자이카 관계자는 한국이 2011년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를 개최해 개발협력 협의체 '부산글로벌파트너십(GPEDC)' 창설을 주도한 점을 언급하며 "양국은 국제 ODA 표준을 존중하면서 아시아 개발 파트너로서의 관점과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본이 장기 전략과 통합 구조 속에서 ODA를 국가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해왔다면, 한국은 ODA 확대 과정에서 실행 중심의 협력 모델을 발전시켜 왔다고 요약할 수 있다.

앞으로 한국 ODA의 과제는 선택과 집중이 될 전망이다. 이제 ODA가 각국의 외교·경제 전략을 뒷받침하는 핵심 수단이 된 만큼 'K-ODA'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작업은 향후 국제사회에서의 위상과도 연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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