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1년이 된 4일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가 치유 과정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정치의 불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빚어졌던 '내전'에 가까운 국론 분열은 해소된 것으로 보이지만, 통합보다는 선명성만을 추구하는 팬덤 정치식 정치 풍토는 오히려 더 강고해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거리로까지 번진 정치 양극화를 우려하며 사회통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던 중앙대 이병훈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1년간 우리 사회가 치유 과정을 밟았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정치 양극화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다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높은 대통령의 지지도에서 보이듯 '실용 통합'의 국정 운영을 바탕으로 여러 국가적 난제와 사회 분열 등을 치유해 나가는 세월이었다"고 말했다.
권력과 금전적 이득을 보려는 일부 세력이 시민들을 자극하고 선동하며 "아스팔트 온도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던 김상일 시사평론가는 "아직도 탄핵 결과를 거부하는 세력이 공고하다는 측면에서 위기는 진행 중"이라고 봤다.
다만 그는 "국민들이 어떻게든 매를 들어서 정신을 차리게 하려고 하는 상황은 긍정적"이라며 "변하지 않는다면 다음 총선까지 이 같은 상황이 이어져 불행한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지도자를 축출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한 사례는 전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며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치인들이 주권자들의 의사를 보고 정치를 하는 대신 팬덤에 좌지우지되는 상황은 단절되지 않은 채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설 교수는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세력이 기성 정치권 내에 있는 현 상황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며 "극단적인 세력이 아닌 국민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탄핵 이후에도 '정치적 불행'이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9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겪고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고, 두 번째 탄핵 이후에도 여전히 정쟁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타협보다 투쟁을 통해 선명성을 내세우는 것이 이득이 되는 구조가 고착했다"며 "이런 구조를 깨기 위한 담론이 계속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탄핵의 상흔을 치유하기 위한 해법으로 시민 정치 참여의 회복을 강조했다.
그는 "2000년대 낙선 운동 같은 시민 활동은 이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됐다"며 "선거가 정당과 후보의 전유물로 전락하면서 발생한 '참여의 위기'를 정치권이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ys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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