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학의 '학술 용병' 의혹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위권 대학들까지 세계 랭킹 올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 상당수 중위권 대학의 재정을 지탱하는 핵심은 외국인 유학생들이다. 그런데 정부가 이들의 취업비자 심사에서 출신교 세계 랭킹에 따른 혜택을 주며 유학생들의 학교 선택 쏠림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중위권 대학들 사이에선 "랭킹을 못 올리면 생존이 어렵다"는 절박한 비명이 나온다. 국가 기관이 오히려 대학을 '유학생 장사'와 '순위 부풀리기'의 늪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마저 제기된다.
◇ 정부가 공신력 부여…'랭킹'이 유학생 유치전 핵심 변수로
5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17년째 이어진 등록금 동결 기조와 학령인구 감소 흐름 속에서 다수 대학이 찾은 재정난 타개책은 외국인 유학생 유치다. 어느새 유학생은 학부, 대학원, 어학당 등에 폭넓게 자리 잡으며 대학 운영의 중요 축이 됐다.
한국교육개발원(KEDI)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학·대학원에서 수학 중인 외국 학생은 비학위 과정생을 포함해 25만3천434명에 이른다. 중국 국적이 7만6천541명(전체의 30.2%)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이들의 등록금은 대학의 주요 수입원으로 굳어진 상황이다.
이들 유학생, 특히 중국 유학생이 한국 대학을 선택하는 핵심 기준 중 하나가 바로 '글로벌 랭킹'이다. 단순한 사회적 체면을 넘어 랭킹에 따라 '법적 특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재 법무부는 외국인이 점수제 구직 비자(D-10-1)를 신청할 때, 영국 THE 200대 혹은 QS 상위 500위 이내 대학을 졸업한 사람에게 가점 20점을 부여하고 있다. 이는 중앙행정기관장이나 재외공관장이 추천할 때 받는 가점과 맞먹는 점수다.
우수인재(F-2-7) 비자 발급 시에도 동일한 기준의 가점이 부여된다. 연구(E-3) 비자, 특정활동(E-7) 비자 신청 시에는 석사 학위나 관련 분야 경력 조건을 일부 면제해주기도 한다.
◇ "QS 500위가 마지노선"…대학들 '꼼수'로 내모나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대학은 세계 랭킹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처지다. 통상 'QS 500위'가 각종 정책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면서, 그 해의 순위에 따라 유학생 유치 규모와 재정 수입이 극명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특히 상·하위권보다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이는 중위권 대학들이 체감하는 위기감은 훨씬 크다.
서울 시내 대학의 한 교수는 "유학생들은 국내 학생들보다 QS 순위를 민감하게 생각한다. 기업에 내는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구체적으로 'QS가 몇 위인 학교를 나왔다'고 쓴다"며 "QS 순위가 높아진다는 것은 소위 '장사가 잘된다'는 것이다. QS 500위권 밖의 대학들은 '졸업이 쉽다'고 홍보할 수밖에 없고, '명문대'라고 홍보할 수는 없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한 대학 관계자 역시 "중위권 대학들이 랭킹에 목을 매는 이유는 유학생 유치 때문"이라며 "QS 400∼700위에 분포한 중위권 대학들에는 진심인 정도가 아니라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호소했다.
적지 않은 대학은 특단의 대책을 동원하고 있다. 강원대·경북대·전북대는 QS와 THE에 총 6억원가량의 광고비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대학은 세계대학평가 순위를 올리기 위한 컨설팅을 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실제 학술 성과를 끌어올리는 방법보다는 QS나 THE 등 평가기관 출신이거나 내부 사정에 정통하다는 점을 내세운 편법 역시 오간다는 게 학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su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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