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로 법을 왜곡해 적용하는 형사법관 등을 처벌하는 법왜곡죄 시행 한 달 만에 고소·고발이 쏟아지고 있다.
고소·고발을 우려해 법관의 판단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사법부는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대법원 소속 법원행정처 차원에서 형사법관 지원방안 마련에 나서는 등 대응책을 찾고 있다.
12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법왜곡죄 시행 이후 25일까지 전국 시도 경찰청에 접수된 법왜곡죄 사건은 총 44건이다. 고소·고발된 피의자 수는 118명이다. 하루에 약 4명 꼴로 고소·고발된 셈이다.
법왜곡죄는 형사법관, 검사, 경찰 등이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법을 왜곡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시행 첫날 조희대 대법원장이 작년 5월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파기환송 판결 과정에서 형사소송법을 왜곡했다는 이유로 경찰과 공수처에 고발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을 취소한 지귀연 부장판사,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위증을 교사했다는 의혹을 받는 박상용 검사도 법왜곡죄로 고발 대상에 올랐다.
법왜곡죄 적용 대상 중에서도 법관이 주요 타깃으로 지목되고 있다.
다만 법왜곡죄가 '고의로' 법을 왜곡한 경우 처벌하는 조항인 만큼 명백한 사례가 아닌 이상 실제 법관에 대한 처벌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 간부는 "아직 법리가 충분히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이 무리하게 수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명백성이 인정되지 않는 사건은 불송치로 정리되리라 관측했다.
사법부 내부에선 실제 처벌까지 이어지진 않더라도 수사 가능성만으로 법관이 소신껏 판단을 내리는 데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재판 업무에선 법관에게 사실인정 등에 대한 폭넓은 재량권이 주어지는데, 어디까지 법왜곡 행위로 볼 것인지 판별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아직은 시행 초기지만 앞으로 판결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고발하는 일이 이어지지 않겠느냐"며 "형사부는 기피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경찰 간부도 "비대한 사법부 권한에 대한 통제의 필요성은 있겠지만 자칫 법왜곡죄를 우려해 '법대로만 하자'는 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법관 등이 보신주의적 판단만 내리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법부는 이런 부작용을 고려해 자구 대책 마련에 나섰다.
법원행정처는 '형사재판 보호·지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한 제도 정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기우종 행정처 차장은 지난달 법원 내부망에 '사법 3법'(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 관련 대책에 대한 게시글을 올려 "법왜곡죄가 법관들의 자긍심을 지키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고, 재판 작용이 위축되지 않도록 할 정책적 조치들을 세심히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열린 전국수석부장 간담회 참석자들 사이에서도 변호인 선임 지원, 전담기구 설립, 매뉴얼 제작, 부당소송 지원 내규 개정 등에 관한 의견이 나왔다.
한편 오는 13일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사법 3법'과 관련해 우려를 표한다는 안건이 상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안된 의안은 사법 3법과 관련해 사법부 신뢰 회복 필요성을 통감하면서도 부작용과 혼란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재판소원으로 인한 분쟁의 종국적 해결 지연, 단기간에 대법관을 대규모 증원하는 데 따른 사실심 인력 부족, 법왜곡죄로 인한 무분별한 고소·고발 횡행 등으로 국민의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될 수 있음에 우려를 표하는 내용이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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