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동시장 유연성을 강조하며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으나, 대다수 사업체가 기본적인 임금 시스템조차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고용노동부의 '2025년 6월 기준 사업체노동력조사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사업체의 63.1%는 별도의 임금체계가 없는 '무체계' 상태였다.
이는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서비스업 등 저임금 업종일수록 뚜렷하게 나타났다.
우리나라 임금체계 유형 중 무체계 비중은 2014년 48.5%였으나, 5인 미만 사업체 증가 등의 영향으로 비중이 점차 높아져 2019년에는 55.9%, 2024년에는 64%까지 뛰었다.
지난해 63.1%로 소폭 낮아졌으나 여전히 높은 수치다.
특히 100인 미만 사업장 중에서는 무체계 비중이 63.4%로, 100인 이상의 4.8%보다 크게 높았다.
100인 미만 중에서도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76.2%가 무체계였다.
반면 1천인 이상 사업장에선 3.7%만이 체계가 없었다.
업종별로 보면 서비스업으로 분류되는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 79.9%로 무체계 비중이 높았다. '협회 및 단체, 수리 및 기타 개인 서비스업'(77.2%), '부동산업'(72.5%) 등도 무체계 비중이 70%를 넘어섰다.
반면 고소득 업종으로 꼽히는 '금융 및 보험업'의 무체계 비중은 15.3%에 그쳤다.
무체계 비중이 이처럼 늘면서 호봉급(연공급제 등)과 직능급, 직무급 등의 비중은 대폭 낮아졌다.
2014년 27.1%였던 호봉급 비중은 지난해 13.1%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직능급은 23.3%에서 9.5%, 직무급은 12.2%에서 8.6%로 하락했다.
'역할급'(직책이나 책임 범위에 따른 보상) 등 기타 체계를 도입한 사업체는 4.2%에서 13.7%로 늘었으나, 여전히 소수였다.
이런 중에 기업 전체 또는 부서 단위로 정해놓은 경영목표를 달성할 경우 근로자들에게 보상을 배분하는 집단적 성과급 제도인 '성과배분제'의 도입 또한 감소 추세다.
성과배분제를 도입한 기업은 지난해 6월 기준 6.5%로, 2012년 11.9%와 비교하면 거의 반토막이 났다.
여기서도 100인 미만 사업장은 6.2%만 도입한 반면 100인 이상은 38.4%가 도입하는 등 규모별로 차이가 컸다. 1천인 이상에서는 46.2%가 도입했다.
특히 금융 및 보험업과 같은 고소득 업종에서는 성과배분제 도입률이 49.6%에 달한 반면, 부동산업은 1.0%, 협회 및 단체·수리 및 기타 개인 서비스업은 2.2%에 그쳤다.
노동부는 직무 중심의 임금체계로의 개선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최저임금 노동자들을 주로 고용하는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이 증가함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을 유도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소규모 업장인 만큼 노동자 1인이 다양한 직무를 수행해 직무 구분이 어렵고, 최저임금이 적용되니 임금체계 도입의 필요성 또한 크게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노동부의 '임금체계 개선 지원 사업'은 직무 구분이 뚜렷한 업종의 소규모·영세기업들에 표준임금모델(가이드)을 제공해 이를 업계에 확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는 조선·자동차부품·IT·바이오·석유화학·철강 등 6개 업종에 표준임금모델 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기업과 근로자, 노동조합 등이 임금 교섭에 활용할 수 있도록 산업·규모·직업·근속 등에 따른 임금정보를 제공할 것"이라며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의 표본 수도 3만3천개에서 6만6천개로 대폭 확대하고, 조사 결과는 2027년 하반기 이후 시스템을 통해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bookman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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