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이긴 하지만 사실 사진 퀄리티로 점수를 매기려는 건 아니고 열심히 즐기고 오라는 격려의 의미에서 낸 거죠. 제일 열심히 한 학생에게는 커피쿠폰이라도 줄 생각입니다."
강동우 충북대 공업화학과 교수는 지난 10일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가 말하는 과제란 다름 아닌 '벚꽃 구경'이다.
공대 교수가 학생들에게 수업 과제로 벚꽃 구경을 낸 사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면서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낭만'이 꽃을 피웠다는 반응이 모아졌다.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벚꽃이 만개하는 4월은 안타깝게도(?) 대학생들에게는 중간고사를 치르는 달이다.
그런데 강 교수는 지난달 25일 '2026-1학기 공학수학 과제공고'를 통해 벚꽃과 함께 사진을 촬영하는 과제를 냈다. 과제의 배경은 "공대생의 메말라 비틀어진 감성 향상"이라고 설명하면서 "따뜻한 봄날에 하루 정도는 공부 안 하고 계절을 즐겨도 좋지 않을까요?"라고 제안했다.
이 과제가 SNS에 '유출'되자 누리꾼들은 뜨겁게 호응했다.
스레드에 "세상에 공대에서 이런 과제를 내다니?"('pl***')라는 글이 올라오자 '하트' 2천100여개가 달렸다.
여기에는 "이런 교수님 밑에서 공부했으면 좀 더 빨리 사람이 됐을 텐데", "벚꽃 피는 기간에는 늘 시험기간이었던 기억이. 찰나의 순간을 놓쳤었는데 이런 낭만적인 교수님이 있었다니" 등의 댓글이 달렸다.
네이버 한 맘카페에 올라온 "공학 수업 과제가 벚꽃 사진찍기라네요"('인***')라는 글에도 "이런 과제 진짜 너무 좋네요. 공부도 중요하지만 한 번쯤은 밖에 나가서 계절 느끼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조건도 보니까 대충 찍는 게 아니라 직접 찾아가야 해서 의미 있는 과제인 것 같아요" 등 '좋아요'가 모였다.
강 교수는 "학생들과 있는 카톡 단체방에 보낸 공지문을 한 학생이 충북대 에브리타임(대학생 커뮤니티)에 올렸는데 그게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해진 것 같다"며 "이 과제는 2021년부터 매년 내고 있어서 올해 이렇게 화제가 될 줄은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들이 대학에 갓 들어온 1학년부터 도서관에서 나만의 스펙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더라"며 "사실 20대 초중반이면 가장 꽃다울 나이인데 공부를 하느라 즐기지 못 하는 게 안쓰러워서 강제로 밖에 내보냈다"며 웃었다.
또 "과제를 내니 학생들이 학교에서부터 차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청주 무심천에서 벚꽃을 많이 보고 왔다"며 "올해까지 약 6년 동안 공지를 냈지만 그동안 과제를 제출하지 않은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모두가 환영한 것은 아니다.
강 교수는 "학생들은 '와 이게 과제야?'라며 신기한 반응을 보였지만 오히려 해당 공지문을 퍼간 인스타그램 글들에 비판이 조금 달렸다"며 "'수업하기 싫어서 낸 게 아니냐'·'학생들 시간을 뺏는 게 아니냐'고 지적하는 댓글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업시간을 활용하는 게 아니고, 학생들이 공부하느라 날마다 이렇게 벚꽃 구경하며 뿌듯하게 보낼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앞서 지난 2일 강 교수는 자신의 공지문을 퍼간 인스타그램 게시글에도 직접 댓글을 달며 과제의 취지를 설명하고 "다들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주변도 바라봐주시고 올해 행복한 일들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이 댓글에는 '좋아요' 1만2천600여개가 달렸다.
낭만적인 공대 교수는 또 있다.
지난달 30일 홍익대 과제·공지 사이트 '클래스룸'에도 '벚꽃 구경'이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이를 올린 맹상진 홍익대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교수는 "공학도로서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는 감수성을 함양하기 위해 벚꽃 구경을 장려하고자 한다"며 "벚꽃을 관람한 후 인증 사진을 업로드 한 학생에게는 결석 1회를 감면한다"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일명 '벚꽃 명소'라 알려진 곳을 표시한 지도도 첨부했다. 지도에는 안양천·국회박물관 인근·경의선숲길·안산자락길 총 네 군데가 강조돼 있다.
맹 교수는 전화통화에서 "학생들에게 벚꽃을 보고 오라고 얘기만 하면 다녀오지 않는 학생도 있더라"며 "벚꽃을 보고 오지 않더라도 페널티(불이익)는 없지만 다녀와서 인증 사진을 올리면 어드밴티지(이점)를 얻도록 하면 벚꽃을 보고 올 거라 생각해 올해 처음 공지를 내봤다"고 밝혔다.
그는 "공대생들이라 표현이 워낙 적어서 이런 과제가 좋은지 별로인지 대놓고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면서도 "9일까지 총 수강인원 60명 중 40명 정도가 참여했고, 학생들이 과제에 '교수님 덕에 벚꽃 보러 왔어요'와 같은 코멘트를 달아 제출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이번 달까지 올리라고 했으니 아마 이보다 더 많은 인원이 참여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소재 대학교 4학년생 김모(25) 씨는 "자휴(자체 휴강)를 하지 않는 한 평일에 벚꽃 구경을 하러 놀러나가는 건 쉽지 않은데, 이런 이벤트가 있으면 학교 다닐 맛이 날 것 같다"며 부러워했다.
또 한국외대 재학생 A(24) 씨는 "지난해 '청춘찬스'라고 해서 벚꽃 보러 가는 등 이유불문 결석을 1회 면제해 주던 교수님의 수업을 들었다"며 "수업에 빠지면 중요한 내용을 놓칠까 찬스를 써보지는 않았지만 이런 제도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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