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최초일듯, 야구 잘해서 5선발 탈락...충격 교통사고 이기고 그가 돌아왔다 [대전 현장]

사진=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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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제가 부족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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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최초 사례일지 모른다. 잘해서 5선발 탈락.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다. 어느 자리에서든 간절함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면 기회는 온다.

KIA 타이거즈 황동하가 약 1년 만에, 정확히 377일 만에 승리 감격을 맛봤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이맘 때 같은 장소, 같은 팀을 상대로 거둔 승리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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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하는 11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 두 번째 투수로 등판, 3이닝 무실점 호투를 해 팀의 6대5 역전승 발판을 마련했다.

KIA는 선발 이의리가 4이닝 동안 4실점을 해 끌려갔다. KIA가 5회초 1점을 내며 1-4로 따라가자 이범호 감독은 1+1 개념의 황동하를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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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하가 불붙은 한화 타선을 잠재워줬고, 그 덕에 분위기를 바꾼 KIA는 8회 대거 5점을 뽑아내며 경기를 뒤집었다. 황동하가 3연승의 숨은 주역이었다.

황동하 개인에게도 엄청난 가치의 승리. 그는 지난해 5월 인천 원정 숙소 부근에서 걷다, 신호를 무시하고 지나가는 차에 부딪혀 교통 사고를 당했다. 충격의 요추 골절 진단. 4개월 동안 재활에만 매달려야 했다. 시즌 막판 돌아왔지만 정상이 아니었다. 지난해 김도현과 치열한 5선발 경쟁을 하다, 김도현에게 밀린 아픔에 교통사고까지 황동하를 괴롭힌 것.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KIA의 경기. KIA 황동하가 숨을 고르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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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하는 이번 비시즌 절치부심했다. 또 경쟁. 이번에는 2년차 김태형이었다. 두 사람이 5선발 자리를 놓고 싸웠다. 황동하는 시범경기 2경기를 던졌는데 3월22일 두산 베어스전 5이닝 무실점으로 이 감독에게 합격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또 선발 탈락이었다. 어린 김태형은 차라리 확실하게 준비해 던지는 선발이 낫지, 중간에서 갑작스럽게 던지게 하는 게 부담스러웠다는 이유였다. KIA는 개막 초반 선발 투수들의 몸이 다 올라오지 않아 선발 뒤 +1 역할을 해줄 선수가 필요했는데, 이 감독은 팔도 빨리 풀리고 경험도 많은 황동하가 그 자리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못 해서 탈락이 아니라, 잘 해서 탈락인 경우였다.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KIA의 경기. KIA 황동하가 역투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4.01/

선수 입장에서는 2년 연속 선발 경쟁에서 밀렸으니 낙심할 수도 있지만, 황동하는 개의치 않고 팀을 위해 이를 악물고 던졌다. 그 결실을 맺었다.

황동하는 "오늘 승리를 계기로 자신감이 생겼다.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며 "개막 후 컨디션이 안 좋았지만, 최근 좋아지고 있다는 걸 스스로 느꼈다. 내 주무기인 슬라이더 제구가 잡힌 게 컸다"고 말했다.

황동하는 선발에서 또 탈락한 게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 "내 실력이 부족해서다. 내가 150km 던지고 했으면 어떤 상황이어도 선발을 했을 거다"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이어 "1군에서 던진다는 자체가 소중하다. 매 경기 감사한 마음으로 던진다. 어떤 역할이든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황동하는 마지막으로 치명적인 교통사고 이후 과정에 대해 "병원에서 영상을 보며 공부했다. 야구가 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느낀 시간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대전=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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