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학생체=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남자프로농구 고양 소노의 돌풍은 포스트시즌서도 이어졌다. 창단 첫 플레이오프(PO) 진출팀 소노가 역대 14번째 PO 진출한 전문팀 서울 SK를 초토화시켰다.
소노는 12일 서울 잠실학생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5전3승제) 1차전 SK와의 원정경기서 정규리그 MVP 이정현과 신인상 케빈 켐바오의 합작 활약을 앞세워 105대76으로 크게 승리했다.
이로써 정규리그 10연승 돌풍으로 창단 첫 PO에 진출했던 소노는 4강 진출의 높은 확률을 먼저 가졌다. 역대 6강 PO에서 1차전 승리팀의 4강 진출 확률은 91.1%(56회 중 51회)였다.
프로농구의 '봄축제' 플레이오프 시즌을 시작하는 날이었지만 경기 시작 전, 양 팀 라커룸 분위기는 마냥 흥겹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SK의 고의패배 의혹 여파가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SK는 정규리그 최종전(8일) 안양 정관장과의 경기에서 불거진 고의패배 의혹으로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한국농구연맹(KBL)은 10일 재정위원회를 통해 전희철 SK 감독에게 제재금 500만원, SK 구단에 경고의 징계를 내렸다.
그렇게 PO에 돌입하기 전부터 찬물이 뿌려졌고, 공교롭게도 PO 첫 경기 주자가 소노와 1차전을 치르는 SK였다.
이를 의식한 듯, 두 감독은 '봄잔치'를 맞은 설레임보다 자못 엄숙한 분위기였다. 손창환 소노 감독은 "불미스러운 일을 겪었지만 오히려 SK에겐 부정적으로 작용한 게 아니라 더 의기투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아무 일이 없었다 생각하고, 관중만 많아졌을 뿐, 평소의 한 경기와 똑같다는 마음으로 임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평소와 달리 말수가 크게 줄었고, 짤막하게 이날 경기 구상을 밝히는 선에서 라커룸 인터뷰를 끝내려 했다. 인터뷰 말미에 '선수들에게 어떤 당부를 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냥 잘 하자고 했다. 선수들이 내 얼굴만 바라보고 있는데, 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안될 것 같다"라며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기를 바랐다.
차분했던 라커룸 분위기와 달리 경기장은 금세 달아올랐다. 옆동네에서 몰려든 소노 팬들이 관중석 절반 가까이를 꽉 채운 채 응원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고막이 찢을 듯한 함성도 소노 응원석에서 더 컸다.
케빈 켐바오가 연속 3점포로 포문을 열었고, 이정현이 내외곽을 흔들며 초반 기선제압을 했기 때문이다. 경기 시작 전 전 감독이 "이정현에게 줄 건 주더라도 켐바오까지 터지면 안 된다. 초반 켐바오 수비에 집중하겠다"고 했던 구상이 초반부터 빗나간 것이다. 정규리그 MVP(이정현)와 신인선수상(켐바오) 수상자가 '상값' 톡톡히 한 셈이다. 반면 에이스 안영준의 부상 결장으로 인해 '키플레이어'로 지목했던 알빈 톨렌티노는 슈팅 감각을 일찍 가동하지 못했다.
한데 11점 차까지 달아났던 소노의 리드는 오래 가지 못했다. 전 감독이 소노를 상대할 때 유일한 약점으로 언급했던 '턴오버의 저주'가 되레 소노에 엄습했기 때문이다. 1쿼터에만 소노는 4개의 턴오버를 범하며 1개에 그친 SK에 맹추격을 허용했다. 1쿼터 종료 스코어는 22-21, 소노는 쫓긴 채 마쳐야 했다.
"큰 경기에서의 경험 차이"를 걱정했던 손 감독의 걱정이 턴오버로 반영된 듯, 2쿼터 초반서도 실책성 플레이로 역전까지 허용했다. 하지만 쉽게 무너질 '돌풍의 팀'이 아니었다. SK가 두려워했던 소노의 원투펀치(이정현-켐바오)가 다시 불을 뿜었다. 1쿼터와 반대로 후반 반격에 성공한 소노는 11점 차(50-39)로 전반을 마치며 한숨돌렸다.
3쿼터 소노는 '돌풍'을 '태풍'으로 바꾸는 마술을 부렸다. 이정현과 켐바오가 여전히 선봉에 서는 가운데 상대를 얼어붙게 만드는 질식수비가 태풍의 눈이었다. 무려 25점 차(77-52)로 3쿼터를 마친 소노는 4쿼터 벌어놓은 게 많은 까닭에 크게 두려울 게 없었다. 이날 4득점에 그친 네이던 나이트 대신 '2옵션' 이기디우스를 넣고도 쿼터 시작 3분여 만에 30점 이상 차로 달아나는 등 일찌감치 승리를 확정지었다.
두 팀은 14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치른다.
잠실학생체=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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