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내가 야구를 할 수 있게 도와주신 거니까. 단장님께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베테랑 우완 이태양은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 손혁 한화 이글스 단장을 찾아갔다. 2차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을 수 있게 풀어달라는 요청이었다. 한화는 지난해 마운드의 힘을 앞세워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다. 문동주 정우주 황준서 김서현 등 젊고 유망한 투수들을 적극적으로 키우는 분위기에서 냉정히 이태양의 자리는 없었다.
이태양은 2010년 5라운드에 자신을 지명한 친정 한화 사랑이 남달랐던 투수다. 2020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로 트레이드됐지만, 2023년 시즌을 앞두고 첫 FA 자격을 얻어 한화와 4년 25억원에 계약하고 돌아오는 낭만을 보여주기도 했다.
2023년 FA 계약 첫해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50경기에 등판해 100⅓이닝을 던지는 헌신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 탓에 2024년 팔꿈치 수술을 받았지만, 지난해는 건강히 복귀해 다시 기량을 보여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이태양은 지난 시즌 1군 14경기, 11⅓이닝 투구에 그쳤다. 대신 2군에서 27경기, 8승, 3홀드, 40⅔이닝, 평균자책점 1.77을 기록, 퓨처스리그 다승왕을 차지했다.
이태양은 지난해 2군에서 보낸 1년이 보람차면서도 아까웠다. 1년, 1년이 갈수록 아쉬워지는 베테랑. 1군에서 더 많은 기회를 보장할 팀을 찾아야 했다.
이태양은 손혁 한화 단장을 찾아가 2차 드래프트에 나갈 수 있도록 풀어달라고 간청했다. 덕분에 1라운드에 KIA의 지명을 받을 수 있었다. 이태양은 손 단장에게 감사 인사를 남기고, 부활을 다짐하며 떠났다.
KIA는 한화에 양도금 4억원을 지급하고 이태양을 데려와 쏠쏠하게 잘 쓰고 있다. 지난 2일 1군에 올라와 5경기, 1홀드, 8이닝, 평균자책점 1.13을 기록했다. WHIP(이닝당 출루 허용수) 0.63, 피안타율 0.148 등 세부 지표도 매우 훌륭하다.
이태양은 지난 8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선발 김태형이 3⅓이닝 5실점으로 무너진 가운데 이태양이 15-5로 앞선 6회 구원 등판해 3이닝 42구 1안타 무4사구 무실점 호투로 큰 보탬이 됐다. KIA 이적 후 첫 홀드를 챙긴 순간이었다.
이범호 KIA 감독은 삼성전 이후 이태양을 조금 더 중요한 상황에 쓰기 시작했다. 14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은 6-2로 앞선 7회 이태양을 마운드에 올렸다. 이태양을 사실상 필승조로 처음 기용한 경기였다. 이태양은 1이닝 1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3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하며 화답했다. 투구 수는 10개에 불과했다.
KIA는 정해영 전상현 최지민 등 핵심 불펜이 부상과 부진으로 이탈했는데도 최근 5연승을 질주하고 있다. 타격이 살아난 게 가장 크지만, 이태양 김범수 성영탁 한재승 조상우 등 불펜이 부담을 나누며 잘 버티고 있는 것도 주효했다.
이태양은 왜 2군 생활에 만족할 수 없었는지 KIA에서 증명했고, 점점 KIA 불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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