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제발 한번만 기회 오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간절한 마음이 닿았다. KIA 타이거즈 우완 홍민규가 16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이적 첫 승을 신고했다. 1-1로 맞선 6회초 구원 등판해 2이닝 3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6회말 해럴드 카스트로가 결승 투런포를 터트려 홍민규에게 승리투수 요건을 안겼고, KIA는 5대1로 승리해 7연승을 질주했다.
홍민규는 올 시즌을 앞두고 처음 KIA 유니폼을 입었다. 야탑고를 졸업하고 2025년 3라운드 26순위로 두산 베어스에 지명됐는데, 딱 한 시즌을 보내고 KIA로 이적했다. KIA 주전 유격수였던 박찬호가 두산과 4년 80억원에 계약하고 FA 이적하면서 KIA가 홍민규를 보상선수로 품었다.
홍민규는 보상선수 발표 직후 "그래도 (보호선수) 20명을 제외하면 내가 첫 번째 선수 아닌가. 그래서 뽑혀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뽑아주신 것을 후회 안 하게 만들 것"이라고 당찬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스프링캠프 때 좋은 구위로 두각을 나타낸 홍민규는 개막 엔트리 승선에 성공했지만, 결과가 좋진 않았다. 지난 7일까지 등판한 5경기에서 4⅔이닝, 평균자책점 13.50에 그쳤다.
KIA는 지난 8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7연승을 질주하며 승승장구했는데, 6연승하는 동안 홍민규는 한번도 등판하지 못했다. 이태양 김범수 홍건희 등 베테랑 이적생들의 역투로 빛을 볼 때, 같은 이적생인 홍민규는 언제 올지 모를 기회를 기다려야만 했다.
사실 이날도 홍민규의 등판을 장담하긴 어려웠다. 에이스 제임스 네일이 등판하는 날이었기 때문. 네일이 컨디션 난조 속에 키움 타선을 5이닝 1실점으로 꾸역꾸역 막지 않았더라면, 홍민규가 등판할 기회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3연투가 걸린 이태양 김범수 조상우 등 필승조가 휴식을 취해야 하는 상황에서 홍민규는 씩씩하게 2이닝을 책임지며 벤치의 믿음에 보답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홍민규의 2이닝 무실점 투구가 돋보인 경기였다"고 칭찬했다.
홍민규는 "제발 한번만 기회가 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진짜 기회 오면 무조건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냥 자신 있게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엄청 빨리 첫 승을 해서 좋고, 좋은 상황에 올라가서 내가 좋은 공을 뿌려서 좋은 결과가 있어서 좋았다"며 활짝 웃었다.
안타와 4사구 없이 완벽투를 펼친 비결로는 "일단 직구가 평소보다 더 힘이 있게 들어갔고, 제구는 괜찮았다. 마지막에 힘이 들어서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초반에 힘 있게 잘 들어가서 변화구도 잘 통해서 계속 승부하기 쉬웠던 것 같다. 원래 직구가 힘 있게 들어가면서 체인지업으로 타자를 잡아야 하는데, 직구가 안 좋아서 계속 그동안 안 좋았다. 그래도 쉬는 동안 계속 생각하고 공부하고 힘도 붙으니까 다시 좋아졌다"고 밝혔다.
대선배 양현종에게 감사를 표했다. 마운드에서 안 풀릴 때 찾아가 질문하면 현재 홍민규에게 꼭 필요한 답을 해줘 도움이 됐다.
홍민규는 "양현종 선배한테 일단 항상 경기에서 던지고 나면 궁금한 것들 물어보면 되게 잘 알려주신다. 이런 게 좋았고, 이런 게 나빴다고 말해주신다. (양)현종 선배도 본인도 이럴 때가 있었다면서 설명해 주시니까 나도 듣고 배우면서 마운드에서 생각하면서 던지니 잘되고 있다. 현종 선배가 체인지업을 너무 빼면서 슥 던지지 말라고 했는데, 그게 두산 때부터 버릇이었다. 또 직구를 너무 안 쓰고 체인지업에만 의존하면 나중에 힘들다고도 하셨다. 그래서 다른 구종 슬라이더나 커브도 연습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카스트로의 홈런으로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을 때는 심장이 너무 뛰어 혼났다고.
홍민규는 "내가 막으면 팀이 이긴다는 생각으로 진짜 영혼까지 던졌다. 카스트로가 홈런을 쳤을 때 일부러 포커 페이스를 하고 있었는데, 심장이 너무 뛰었다.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1구 1혼' 하면서 영혼까지 던졌는데 잘됐다"고 답해 웃음을 안겼다.
이날 활약을 발판 삼아 계속 1군에서 보탬이 되는 투수가 되는 게 목표다.
홍민규는 "어떤 보직을 맡겨 주셔도 다 좋다. 1군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 뭐든지 시켜주시기만 한다면 열심히 하겠다. 앞으로 계속 가보겠다. 우승까지도 가고, 다 가보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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