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최초의 일본인 메이저리거는 1964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투수 무라카미 마사노리다. 그렇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일본 선수들의 역사가 본격화한 것은 1995년이다. 노모 히데오가 '토네이도' 투구폼으로 미국 대륙을 접수하며 신인왕에 오른 이후 수많은 일본 출신 슈퍼스타들이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다.
역대 일본인 선수들이 가장 많이 뛴 시즌은 2008년과 2009년이다. 각각 18명의 일본 선수가 메이저리그 기록을 남겼다.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마쓰이 히데키(양키스), 이와무라 아키노리(탬파베이),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 오카지마 히데키(보스턴), 구로다 히로키(다저스) 등이 일본인 전성 시대를 이끌었다.
일본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수상 역사도 화려하다. 정규시즌 MVP 5회(2명), 올해의 신인상 4회, 월드시리즈 MVP 2회, 올스타 MVP 1회, 그리고 명예의 전당 헌액 1회 등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런데 올해 일본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돋보이는 족적을 남길 조짐이다. MVP와 사이영상, 신인상이 모두 일본 선수들의 차지가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우선 MVP는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3년 만에 시즌 개막부터 투타 겸업을 가동한 오타니는 이미 4차례 MVP에 선정됐다. 그것도 모두 만장일치의 의견이었다. 올시즌에도 내셔널리그(NL)에서 오타니를 견제할 수 있는 선수를 찾기 어렵다.
오타니는 21일(한국시각) 콜로라도 로키스전서 4타수 1안타 2볼넷을 올리며 52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 추신수가 갖고 있는 이 부문 아시아 출신 최장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그는 현재 타자로 타율 0.272(81타수 22안타), 5홈런, 11타점, 15득점, 1도루, OPS 0.908, 투수로 2승, 평균자책점 0.50, 18탈삼진을 기록 중이다. 타격 부문서 아직 상위 랭커들과 떨어져 있지만, 그는 전형적인 '슬로 스타터'이다. 무엇보다 투수로 풀시즌 로테이션을 소화한다면 LA 에인절스 시절처럼 누구도 넘볼 수 없는 'MVP 성벽'을 구축할 수 있다.
사이영상 후보로 다저스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역대 투수 최고액인 12년 3억2500만달러에 계약한 야마모토는 올해가 메이저리그 세 번째 시즌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풀시즌을 뛰며 NL 사이영상 투표 3위의 기염을 토했고,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서는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시리즈 MVP에 올랐다.
올해도 출발이 좋다. 4경기에서 25⅔이닝을 던져 2승1패, 평균자책점 2.10, 21탈삼진, WHIP 0.82피안타율 0.198을 기록 중이다. 세부 기록도 좋다. 시즌 초반이라 섣불리 예측할 순 없으나, 지난해 NL 사이영상 수상자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폴 스킨스를 넘어야 한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크리스토퍼 산체스(28⅓이닝, 1.59, 39탈삼진), 뉴욕 메츠 놀란 맥클린(23⅔이닝, 2.28, 28탈삼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마이클 킹(27⅔이닝, 2.28, 26탈삼진), 밀워키 브루어스 제이콥 미저라우스키(26⅔이닝, 3.04, 42탈삼진), 시카고 컵스 이마나가 쇼타(22이닝, 2.45, 31탈삼진) 등도 기세가 좋다. 물론 오타니도 NL 사이영상 후보로 꼽히니 야마모토의 경쟁자임이 분명하다. 일본인이 사이영상을 수상한 사례는 아직 없다.
올해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일본 출신 스타는 3명이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오카모토 가즈마, 휴스턴 애스트로스 이마이 다쓰야, 그리고 시카고 화이트삭스 무라카미 무네타카가 그들이다. 이중 무라카미가 아메리칸리그(AL) 올해의 신인에 뽑힐 가능성이 점쳐진다.
메이저리그에 적응하느라 기복이 심한 편이지만 일본 홈런왕 출신다운 파워를 유감없이 발휘 중이다. 8홈런으로 이 부문서 AL 공동 3위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요단 알바레스(10개),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9개)와 선두권을 형성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역사상 4번째로 메이저리그 데뷔 첫 3경기 연속 홈런을 날렸고, 하락세를 걷다가 최근 또 다시 3경기 연속 아치를 그렸다.
눈여겨볼 사항은 삼진이 많은 만큼 볼넷도 많다는 점. 20볼넷은 AL에서 세 번째로 많은 수치다. 두 가지로 해석하면 된다. 무라카미에 걸리면 넘어간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고, 빅리그 존과 문화에 어느 정도 적응했다는 뜻.
물론 경쟁은 벌써부터 뜨겁다.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외야수 체이스 디라우터,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내야수 케빈 맥고니글, 클리블랜드 선발투수 파커 메식 등도 주목받는 AL 신인상 후보들이다.
올해 개막일 기준 일본인 메이저리거는 15명이다. 이들 말고도 누가 또 어떤 활약을 펼칠 지는 모르는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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