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지난 21일, 서울 송파구 코오롱오토모티브 전시장에서 마주한 '배우 오윤아 아들' 송민(20·코오롱오토모티브)이 카메라를 향해 연신 V자를 그려보였다. 이도기 경영지원 '실장님'이 가슴에 코오롱 로고가 선명한 회사 점퍼를 입혀준 후 함께 파이팅을 외쳤다.
'신입사원'의 표정이 봄처럼 환했다.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송군은 3월 코오롱 오토모티브 장애인수영팀에 입단했다. 예능 프로그램 '편스토랑'에서 본 앳된 소년, '마린보이' 박태환과 물살을 갈랐던 그 소년이 어느새 1m84의 건장한 청년이 됐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올해, 특수학교 내 대학인 '전공과' 진학이 무산돼 낙담하던 차 취업 소식이 날아들었다. 다섯 살 때부터 배워온 '수영'이 새 길을 열었다. 세상 모든 부모의 꿈, '세금 내는 시민'이 됐다. "우리 민이가 생애 첫 십일조도 했어요." 엄마 오윤아가 활짝 웃었다. 유난히 물을 좋아했던 소년이 비로소 물을 만났다.
현대무용의 길을 꿈꿨던 오윤아는 20년 넘게 탄츠플레이, 헬스를 한 번도 쉬지 않았다. '스포츠 사랑' 엄마 덕분에 '민이' 역시 안해본 운동이 없다. 오윤아는 "한강공원에 살다시피 했다. 자전거, 인라인스케이트, 승마, 수영 다 가르쳤다. 이유 없이 욕먹을 때도 많았지만 아이를 위해 용기를 냈다. 어릴 때 운동 경험은 정말 중요하고, 운동을 통해 세상으로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수많은 도전 끝에 내린 결론은 '수영'. "인라인도 자전거도 곧잘 탔지만 자유로운 민이에게 물처럼 자유로운 곳은 없었다"고 돌아봤다. "고2 때 텐트럼(좌절감, 분노 등을 제어하지 못해 격렬하게 표출하는 행동)이 심했는데 그때도 수영은 안 쉬었다. 좋은 선생님들 덕분"이라고 했다. 그 무렵 공개된 오윤아의 유튜브 'Oh! 윤아'의 영상 '장하다 송민! 단독출전 수영대회 1등!'은 100만뷰를 훌쩍 넘겼다. "수영 좋아해요?" 묻자 송군은 거침없이 "네!"를 외쳤다. "자유형, 평영, 접영, 배영"을 줄줄 읊었다.
오랜 기간 수영을 즐겼을 뿐 선수나 취업이 목표는 아니었다. 오윤아는 "아들이 유일하게 좋아하는 게 수영이다. 혹시 싫어하게 될까봐 강압적으로 시키지 않았다"고 했다. "박태환 선수와 촬영도 하고, 피지컬이 좋다는 말도 듣고 선수 제안도 많았지만 수영을 좋아하는 게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패럴림픽도, 취업 연계도 몰랐다. 알았다면 더 시켰을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좋아서 한 수영이 송군의 '진로'가 됐다. "대학(전공과) 떨어진 후 민이 친구 어머니가 '수영으로 취업할 수 있다'는 정보를 줬고, 알아보던 중 '코오롱' 팀과 연결됐다"고 했다.
코오롱 입사 한 달, '선수 송민'의 일상은 확 달라졌다. 규칙적인 운동과 비만치료제를 병행하며 12㎏ 감량에도 성공했다. 오윤아는 "직장인의 사명감이 생긴 것 같다. 학교 땐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었다. 취업 후 신경안정제 등 약도 다 끊었다. 요즘엔 '수영 안가?' 하면 벌떡 일어난다. 단체생활을 하다 보니 정리도 잘한다"고 귀띔했다. 그리고 "코오롱 오토모티브와 서울시장애인체육회에 감사드린다. '스포츠 직능 기업 연계'는 정말 좋은 제도이자 한 아이가 스스로 인생을 살아낼 수 있게 하는 일, 가족에게 용기와 희망이 되는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고 응원해 주시면 좋겠다. 이런 제도가 더 활성화되면 우리 아이들이 한 걸음 앞으로 나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장애인체육회와 '송민 선수'를 발탁한 '체전 금메달리스트' 이강 코오롱 오토모티브 코치(31)는 "민이는 수영을 정말 좋아한다. 피지컬도 뛰어나고 성장 가능성이 많다. 평영 등 전종목을 고르게 잘해 개인혼영 가능성도 봤다. 시도 대회 경험을 쌓으며 단계적으로 기록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5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 '미스 매치' 개봉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오윤아가 열일 제치고 인터뷰에 응한 이유는 분명했다. "민이를 통해 많은 분들이 스포츠 연계 취업, 이런 진로가 있다는 걸 알게 되길" 바랐다. "유튜브 구독자 중 장애아이 학부모님도 계신다. 제 영상을 보면서 '애가 아픈데 거울은 봐서 뭐하나' 하셨던 분들이 용기를 얻고 새 도전을 시작하셨다고 했다. 그분들을 보면서 더 열심히, 더 많이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길이 있다는 정보도 드리고, 같은 엄마로서 응원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스포츠 체험을 하되 처음엔 놀이처럼 접근하면서 아이의 적성을 찾아가면 좋겠다. 체력도, 체격도 좋아지고 사회성도 생긴다. 특히 졸업 후 스무살 넘어 폐쇄성이 더 심해질 수 있는데 스포츠를 통한 상호작용은 도움이 된다. 취미로라도 '평생 스포츠'는 꼭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녀에게 '민이'는 "축복의 통로"다. "민이는 내 연기 선생님이다. 민이를 낳고 나서 연기 톤이 달라졌고, 공감 능력, 이해심, 세상을 보는 눈, 생각, 스펙트럼도 달라졌다"고 털어놨다. "처음엔 날마다 민이를 고쳐 달라고 기도했는데 안 고쳐주셨다. 10년쯤 후 내 기도가 바뀌었다. 이 아이를 통해 뭔가 하시려는 것 같은데 알아서 키워달라고…. '편스토랑' 출연 제의가 들어왔고, 아들을 통해 위로받는 이들이 생겼다. 이 아이를 통해 더 많은 분들이 용기를 얻었으면 한다."
'신입사원' 민이한테 바라는 점을 묻자 '민이 할머니' 김미숙씨는 "우리 민이가 '코오롱' 회사에 유익을 주고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되게 해달라고 새벽마다 기도한다"고 답했다. 오윤아는 "지금처럼 수영을 좋아하면서 직장생활 잘해주길" 바랐다. "민이의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나와 닮았다"며 웃었다. '엄마' 오윤아가 "민아, 취직해서 좋아?"라고 묻자 1초 만에 "좋아" 한마디가 돌아왔다. '얼마만큼?' 훌쩍 자란 수영 청년 '민이'가 머리 위로 세상에서 가장 큰 동그라미를 그려 보였다.
전영지 기자
[서울시장애인체육회X코오롱 오토모티브: '기업 연계' 장애인선수단의 좋은 예]
장애인 의무 고용제도에 따라 상시 근로자 50명 이상인 회사는 민간기업 3.1%, 공공기관은 3.6%의 장애인을 반드시 고용해야 한다. 장애인 고용을 원하지만 업무 특성상 어려움을 겪어온 기업들을 위해 서울시장애인체육회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스포츠 직능' 솔루션을 제시했다. 장애인 팀 창단을 통해 장애인 선수의 주 4~5일 훈련 및 대회 출전을 직무로 인정하고, 의무고용률을 끌어올리는 구조다. ESG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과 선수 발굴 및 자립이 절실한 장애인체육의 '윈-윈' 상생 모델이다. 코오롱오토모티브는 2021년 5월 13일부터 6년째 장애인 수영팀을 운영 중이다. 2026년 3월말 기준 서울 시내 41개 기업, 총 321명(지도자 15명, 선수 306명)이 장애인선수단으로 취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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