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경기를 이기면 충격이 훨씬 덜하죠. 투수들도 다음 경기에서 더 편하게 던질 수 있고요."
승리보다 더 좋은 보약은 없다. KT 위즈 이강철 감독이 최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불펜진을 바라보며 내린 진단이다. 결과가 좋으면 과정에서의 실수는 '성장통'으로 남지만, 패배는 '트라우마'가 된다는 지론이다.
이 감독은 2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을 만나 현재 KT 불펜의 묘한 분위기를 전했다.
올 시즌 KT 불펜은 유독 개막전부터 파란만장했다. LG와의 개막 시리즈에서 한승혁을 비롯한 필승조들이 잇따라 실점했지만, 팀은 끝내 역전승을 거두며 마침표를 찍었다.
이 감독은 이 대목을 주목했다. "올해 좀 다행인 게, 중간 투수들이 개막전부터 다 블론을 했는데도 결국 마지막에 팀이 이겼다"며 "이기고 나면 선수들의 심리적 타격이 확실히 덜하다. 그 덕분에 다음 등판에서도 자기 공을 던질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날(28일) LG전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8회 등판한 한승혁이 ⅔이닝 동안 2안타 1볼넷 1실점으로 흔들리며 위기를 자초했지만, 팀이 승리를 지켜내자 분위기는 반전됐다. 이 감독은 "(한)승혁이도 어제 던지고 나서 스스로 '이러면 안 되는데' 싶었을 거다. 그런데 팀이 이기니까 오늘 보니 마음이 편해진 것 같더라"며 웃었다.
사령탑으로서 느끼는 '행복한 고민' 혹은 '풀리지 않는 숙제'도 털어놨다. 불펜 투수들을 향한 '믿음의 역설'이다.
이 감독은 "중간 투수들이 다 잘 버티고 있어서 이제는 믿고 낼 수 있겠다 싶다"면서도 "그런데 이게 참 엇박자다. '이제 됐다' 싶어 믿고 내보내면 또 맞고, 큰 기대 없이 '한 번 던져봐라' 하고 내보내면 기가 막히게 잘 던진다. 정말 미치겠다"고 농담 섞인 하소연을 내뱉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결국 투수들의 기량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심리적 여유'라는 의미다. 감독이 믿음을 줄 때 생기는 압박감을 어떻게 다스리느냐가 현재 KT 불펜진의 최대 과제인 셈이다.
수원=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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