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KT 위즈 이강철 감독이 '수호신' 박영현(23)의 운용법을 털어놨다. 단순히 많이 던지는 것이 아니라, 투수마다 타고난 '몸의 기억'과 '리듬'이 다르다는 통찰이다.
이 감독은 29일 수원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박영현의 등판에 대한 우려에 대해 설명했다. 이 감독은 "영현이는 그렇게 나가야 하는 스타일"이라며 영현이는 오랜만에 나갔을 때 오히려 더 힘이 들어간다. 어제(28일)도 일주일 만에 세이브 상황에서 나가니까 본인이 '확 잡고 싶다'는 의욕이 앞선 것 같더라"고 아쉬워했다.
박영현은 전날 경기에서 팀의 네번째 투수로 8회 2사 후 등판해 ⅓이닝 2안타 1볼넷 1실점후 강판당했다. 이 감독은 "매일 나가면 '오늘도 한 경기구나' 하고 평소처럼 던지는데, 오랜만에 나가면 세이브도 하고 싶고, 유영찬도 의식하게 된다. 유영찬이 부상 이탈했으니 1위 자리를 노려 보고도 싶을 거다. 그러다 보니 가서 일을 저지르려고(과하게 던지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전날 한승혁이 흔들릴 때 이 감독은 고민에 빠졌다. "처음엔 그냥 (한)승혁이를 믿고 놔둘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볼 때, 가장 좋은 카드(박영현)를 안 쓰고 맞으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았다. 그 카드를 쓰고 맞으면 후회라도 없지 않나. 그래서 바꿨다"는 속내를 전했다.
이 감독은 전임 마무리 김재윤(삼성)과 박영현을 비교하며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투수마다 '최적의 리듬'이 극명하게 갈린다는 점이다. "(김)재윤이는 푹 쉬어줘야 좋은 공이 나온다. 연투를 하면 힘들어하는 스타일이라 관리가 필수였다"고 말한 이 감독은 "영현이는 계속 던져야 공이 좋다. 쉬면 힘이 남아돌아서 오히려 '볼볼볼'이 나온다. 본인도 던질수록 밸런스가 잡히는 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본인의 현역 시절 경험도 덧붙였다. "나도 사실 계속 던지는 게 좋았다. 이틀 쉬면 일부러라도 하루는 던져서 몸이 '중간 투수'의 리듬을 잊지 않게 만들었다. 영현이도 처음에 홀드왕을 할 때부터 7, 8회를 다 책임지던 몸이라 그런 리듬이 배어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런 투수들은 오히려 오래 쉬면 불안해한다. 혹사라는 프레임을 떠나서, 이틀에 한 번씩 써주며 축을 잡아주는 게 선수 본인에게도, 팀에게도 가장 좋은 매뉴얼일 수 있다"는 것이 이 감독의 지론이다.
실제로 박영현은 지난 개막전에서 고전한 이후, 오히려 등판 간격을 좁히며 우리가 알던 '철벽'의 모습으로 빠르게 돌아왔다. 이 감독은 "WC(와일드카드 결정전) 갔다 와서 페이스가 안 올라와 걱정했는데, 첫날 던지고 둘째 날부터 바로 볼이 올라오더라"며 박영현의 독특한 엔진 예열 방식을 신뢰했다.
결국 '박영현 사용법'의 핵심은 휴식이 아닌 '적절한 긴장감의 유지'에 있었다.
수원=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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