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를 '통상 사용되는 한자'로 제한한 가족관계등록법 조항은 합헌이라는 헌재 결정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가족관계등록법 제44조 3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청구인 A씨는 자녀 이름에 래(?)자를 넣어 출생신고를 했으나 담당 공무원은 이 한자가 가족관계등록법과 가족관계등록규칙에서 정한 '통상 사용되는 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가족관계등록부에 한자를 제외하고 한글만 기록했다.
가족관계등록법 제44조는 자녀 이름에 한글 또는 가족관계등록규칙에서 정한 통상 사용되는 한자를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A씨는 이 조항이 자녀 이름을 지을 권리를 침해한다며 2023년 2월 26일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다수 의견(김상환·김형두·정형식·조한창·정계선 재판관)은 헌재가 2016년 7월 비슷한 취지의 청구에 합헌 결정을 한 선례가 있고 현재 이와 달리 판단할 사정이나 필요성이 없다고 봤다.
이들은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는 이름은 자녀가 사회적 생활 관계를 형성해나가는 기초가 되는 만큼 우리 사회공동체 구성원들이 실제로 읽고 사용하는 문자로 등록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한자는 그 수가 방대하고 범위가 불분명해 전산시스템에 한자 이름을 등록하려면 '통상 사용되는 한자' 범위를 미리 확인해 정해둘 필요가 있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재판관들은 관련 규칙이 꾸준히 개정돼 이름에 사용될 수 있는 한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2016년 결정 이후에도 1천자 넘게 증가해 현재 9천389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추후 개명이나 보완 신고를 통해 추가로 선정된 인명용 한자를 이름으로 등록하는 구제 수단도 있고, 문제의 한자를 공적 장부에 등록할 순 없어도 사적 용도로는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자녀 이름을 지을 자유가 제한되는 정도가 크진 않다는 취지다.
재판관들은 "오늘날 한자 이름의 신분 식별 기능이 현저히 약화했고 국민의 문자 생활 전반에서 한자의 비중과 중요도가 현격히 낮아졌다"며 "이는 한자 이름을 가족관계등록부에 병기할 필요성이 줄고 있다는 근거가 될 순 있을지 몰라도, 우리 사회공동체에서 통상 사용되는 한자로 가족관계등록부의 이름에 사용되는 한자를 제한할 필요성이 줄어들었다거나 없어졌다는 근거가 될 순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정미·김복형·마은혁·오영준 재판관은 심판 대상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자녀 이름을 지을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부모가 자녀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행위는 자녀의 인격 형성뿐 아니라 자녀를 가족공동체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출발점으로서 가족생활 형성에서도 고유한 의미를 가진다"며 "자녀 복리에 반하지 않는 한 부모는 원칙적으로 자녀 이름에 원하는 한자를 자유로이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이름에 관한 권리는 그 주체가 속한 사회 공동체에서 자신의 이름을 확인받고 이를 토대로 인간관계를 형성해 갈 권리와 불가분 내지 동치 관계에 있다"며 "이름을 짓더라도 국가가 관리하는 공적 장부에 기재하지 못한다면 이름의 사회적 기능은 온전히 발현될 수 없다"고 했다.
심판 대상 조항이 1990년 국내 호적제도에 처음 도입됐을 땐 행정업무 체계가 전산화되기 전이어서 이름 한자를 제한할 필요성이 있었겠으나, 현재는 전산시스템에서 입·출력할 수 있는 한자 수가 수만가지에 이른다고도 설명했다.
이에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 수를 대폭 늘리는 게 입법·행정 기술상 불가능해 보이진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관들은 "장래 인명용 한자가 개정될 수 있다는 추상적인 개연성만으로 현재 청구인의 기본권 침해 상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반 국민으로선 어떤 한자가 '통상 사용되는 한자'에 해당하는지 합리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워 기본권 제한이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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