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김가은이 놀라게 했고, 레전드 박주봉 감독의 신의 한 수가 통했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이 한국의 우버컵(세계여자단체선수권대회) 우승을 재조명했다. 박주봉 감독의 용병술, 김가은의 파란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쾌거라는 것이다.
BWF는 최근 3일 폐막한 '제31회 세계여자단체배드민턴선수권대회'를 결산하면서 박 감독과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우승에 얽힌 한국 대표팀의 속이야기들을 소개했다.
박 감독이 이끄는 여자배드민턴대표팀은 3일 열린 강호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매치스코어 3대1로 승리하며 2010, 2022년에 이어 통산 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삼성생명)이 1경기 단식서 1승을 먼저 챙긴 가운데 3경기 단식 김가은(삼성생명)과 4경기 복식 김혜정(삼성생명)-백하나(인천국제공항)가 이변 행진을 선사한 덕에 일군 우승이었다.
세계랭킹 17위 김가은은 이전 맞대결에서 1승8패로 열세였던 '천적' 천위페이(세계 4위)를 이길 것이라 예상받지 못했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부터 준결승까지 합을 맞춘 적이 없다가 결승전 '깜짝조합'으로 출전한 김혜정-백하나가 세계 4위의 자이판-장수셴을 물리친 것 역시 이변이었다. 원래 백하나-이소희(세계 3위), 김혜정-공희용(세계 5위)이 대표팀 주 조합이지만 공희용의 부상 결장으로 인해 박 감독은 백하나-이소희를 분산, 다른 선수와 조합을 늘리는 전술을 활용했다.
BWF는 '한국의 우버컵 우승은 박주봉이 지난해 한국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가장 큰 성공이다. 올해 초 아시아단체선수권 결승에서 중국을 이겼지만 당시 중국은 주전 스타들이 결장한 상태였다'면서 이번에 에이스를 총출동시킨 중국의 17번째 우승 시도를 저지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박 감독과의 인터뷰를 소개했는데, 박 감독은 이번 우승에 대해 "2022년 우승 당시 나는 한국대표팀에 있지 않았다.(당시 박 감독은 일본 사령탑) 작년에 한국 감독으로 합류했는데 매우 만족한다. 올해 일본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릴 예정이다. 아마 중국과 다시 경쟁할 것이다. 이번 우승은 큰 자신감이 된다"라고 평가했다.
BWF는 흥미로웠던 복식 라인업에 얽힌 스토리도 질문했다. 박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당초 계획은 단체전 5경기 중 단식 2회, 복식 1회 승리가 목표였다. 중국의 상대 전력을 보면 2경기 복식의 류성수-탄닝(세계 1위), 5경기 단식 한유에(세계 5위)는 매치업 상 워낙 강해서 나머지 선수들에 승부수를 띄웠다고 한다.
박 감독은 "아시아단체선수권(2월)에서 김혜정-백하나가 자이판-장수셴을 이긴 적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김혜정-백하나를 즉석 조합으로 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부터 준결승까지 5경기 동안 한 번도 등장하지 않던 김혜정-백하나를 '고기를 먹어 본' 타깃형으로 깜짝 출전시킨 게 적중한 것이다.
김가은이 천위페이를 무찌른 것에 대해서는 박 감독도 "정말 놀라웠다"고 한다. 이어 "김가은은 준결승에 출전하지 않았다. 조별리그에서 경기력이 좋지 않아 걱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승은 김가은의 날이었다. 매우 침착했다"면서 "보통 실수를 많이 하지만 결승서는 침착하게 벤치의 지시를 잘 따라줬다. 결국 우승 달성의 이유가 됐다"라고 칭찬했다.
박 감독은 복식 라인업 전술에 대해서도 "2경기 복식에서는 승리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고 판단해 조합을 나눠야 했다. 지난 2월에 김혜정-백하나가 자이판-장슈셴을 이겼기 때문에 이번에 조합을 분산하는 데에도 좋은 기회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왕즈이(세계 2위)와의 맞대결에서 승승장구하던 안세영이 전영오픈(3월) 결승에서 예상 밖의 패배를 당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경기 운영 방식을 바꾸기 위해 맹훈련 하는 등 절치부심했던 뒷이야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전영오픈 이후 안세영은 아시아개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4월)에서 왕즈이를 다시 물리치고 그랜드슬램을 달성했고, 이번 대회 결승서도 서전의 제물로 삼았다.
박 감독은 토마스컵(세계남자단체선수권대회)의 성과도 빼놓지 않았다. "한국 남자단식은 항상 약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아주 좋은 경험을 했다. 미래가 더 강해졌고 다시 돌아올 것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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