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당 시즌 144경기를 치르는 KBO리그. 약 88경기 등판 페이스로 마운드에 서 있는 일본인 투수가 있다.
KT 위즈 아시아쿼터 스기모토 코우키(26)다. 스기모토는 KT의 36경기 중 리그 공동 1위인 22경기에 등판, 팀 경기의 절반 이상 던지고 있는 투수다. 이닝수도 가장 많은 19⅓이닝이다.
숫자만 보면 '혹사' 라고 느낄 사람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스기모토 본인은 고개를 젓는다.
"피로는 없고 기용해 주셔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스기모토는 지난 시즌 일본 독립 리그에서도 많은 경기에 등판했다. 팀의 69경기 중 42경기에 등판, 투구이닝은 62이닝이었다.
"3연투 경험도 있기 때문에 코치님께서 요청이 있었을 때 '가능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나가는 상황도 다양하다. 처음에는 멀티 이닝에 고전했다고 하지만 조절법을 찾았다고 말한다.
"이닝 사이에 캐치볼 할 때 투구폼을 의식하려고 했습니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퀵모션으로 힘을 낸 후, 다음 이닝에 첫 타자 상대로 다리를 올리고 던지면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캐치볼 때 다리를 올릴 타이밍이나 감각을 예민하게 조절하는 것으로 해결했습니다."
팀 내 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크다고 스기모토는 말한다.
"몸 상태에 따라 투구폼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피로할 때 힘 있게 팔스윙을 하면 왼쪽 어깨가 열리고 타자에게 공이 보기 쉬울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 코치님이나 전력분석팀과 영상을 보면서 고쳤습니다."
요즘 한국야구계에는 '일본 투수는 제구가 좋다는 상식이 있었는데 아시아쿼터로 KBO리그에 온 투수들은 그렇지 않다'는 말이 돈다. 그런데 스기모토는 다르다. 지금까지 스기모토의 볼넷은 단 3개. 4월12일 이후 13경기 연속으로 볼넷이 없다.
또 일본 투수들은 KBO리그의 공인구 차이에 고전할 경우가 적지 않다. 일본의 경우 경기 전 심판원이 공을 전용 모래로 한차례씩 문지르고 새공 표면의 왁스를 제거해서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기모토는 공 문제도 없다.
"저는 원래 새공이 던지기 쉬운 편입니다. 공 표면의 질도 좋고 저에게는 잘 맞습니다."
스기모토는 아주 순한 성격이고 팀 동료들과 편하게 지내고 있다.
"같은 나이의 (손)동현이나 후배인 (박)영현과 잘 이야기를 합니다. 안타를 맞은 후에는 선배들이 "괜찮다" 라는 말을 많이 해주시고 항상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 때문에 다음에 등판할 때 큰 힘이 됩니다."
스기모토는 한국 야구생활에 대해 큰 만족감을 보였다.
"맞으면 기분이 다운될 때도 있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야구를 하고 매일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아주 즐겁습니다."
1위를 달리고 있는 KT. 강팀에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선수 뿐 아니라, 스기모토 같은 신뢰 속에 제 역할을 완수하는 선수도 있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사진제공=KT 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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