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일시 대체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팀의 운명을 가르고 있다. 누군가는 팀을 구하는 '구세주'가 되어 정식 계약서를 눈앞에 둔 반면, 누군가는 "이 정도면 '취업 사기' 아니냐"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처참한 성적표를 남겼다.
전력의 절반이라는 외국인 선수, 그중에서도 급하게 수혈된 '단기 아르바이트생'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의 잭 오러클린(26)은 최근 대체 외국인 선수 중 가장 완벽한 성공 사례로 꼽힌다. 맷 매닝의 빈자리를 채우러 온 그는 이제 삼성 선발진의 '기둥'이 됐다.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QS)는 운으로 만들 수 없는 기록이다. 특히 지난 5일 키움전에서 보여준 112구 역투는 그가 단순히 '시간 때우기용' 투수가 아님을 증명했다. 박진만 감독이 "구위가 안 떨어져서 6회까지 맡겼다"고 할 정도로 스태미너가 탁월한 수준이다.
게다가 오러클린의 최대 강점은 마인드셋이다. 본인이 직접 "QS를 하고 싶다"며 욕심을 내고,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 존을 공략한다. KBO 리그 타자들의 성향을 빠르게 파악했고 위기 상황에서도 도망가지 않고 자신의 공을 던지는 배짱 또한 일품이다. 특히 "시즌 끝까지 삼성에서 뛰고 싶다"고 말하며 삼성 팬들에게 '효자 외인'의 향기를 제대로 풍기고 있다.
반면 SSG 랜더스가 야심 차게 영입한 일본 독립리그 출신 히라모토 긴지로는 데뷔전부터 팬들에게 절망을 안겼다. 프로 경력이 전무한 투수를 '실험적'으로 데려온 결과는 참혹했다.
지난 9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긴지로는 3이닝 3안타(1홈런) 6볼넷 2탈삼진 6실점으로 처참한 기록을 남겼다. 1회에만 3타자에게 연속해서 사실상의 스트레이트 볼넷에 보크까지 범하며 자멸했다.
만원 관중 앞에서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한 '멘털 붕괴'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속마저 146㎞로 급락하며 프로 무대의 높은 벽만 실감했다. SSG로선 '대체 선수'가 아닌 '대체해야 할 선수'를 데려온 꼴이 됐다.
KIA 타이거즈의 아데를린 로드리게스는 입국 3일 만에, 계약서 잉크도 마르기 전에 사고를 쳤다. 데뷔 첫 타석에서 비거리 125m짜리 중월 3점 홈런을 날리며 부상으로 이탈한 해럴드 카스트로를 완전히 잊게 만드는 파괴력을 선보였다. 초반 기세에 비해 6경기를 치른 현재 타율 2할5푼, 24타수 6안타, 4홈런 10타점으로 장타력으로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두산 베어스 웨스 벤자민도 비슷하다. 지난 달 21일 롯데 자이언츠와 첫 경기에서 4⅔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이후 3경기에서는 기복을 보였다. 평균자책점 4.43.
한화 이글스 잭 쿠싱의 경우는 팀 사정으로 인해 선발이 아닌 마무리로 보직을 옮겨 고군분투 중이다. 14경기 1승 2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4.82로 수치상 안정감은 떨어지지만, 김서현의 부진 속에 한화 뒷문의 '임시 소방수' 역할을 수행하며 숨통을 틔워주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15일 그의 계약이 만료되면서 오히려 타팀이 눈독 들이는 상황이 돼버렸다.
키움 히어로즈의 케니 로젠버그는 입국도 못하고 있는 상황. 지난 달 21일 계약을 발표했는데 3주가 지나서야 비자가 발급돼 14일 입국한다. 던지는 걸 보지도 못했는데 이제 3주가 남은 것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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