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50대 직장인 이 모씨는 몇 달 전부터 속이 더부룩하고 체중이 빠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위장 질환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식욕이 떨어지고 허리까지 묵직하게 아파 병원을 찾았고, 검사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바로 췌장암이었다.
췌장암은 국내에서도 치명률이 높은 암으로 꼽힌다.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상당수가 병이 진행된 뒤 발견되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서는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췌장, 소화효소 생산·혈당 조절 기능…몸속 깊은 곳에 위치
췌장은 위 뒤쪽, 척추 앞쪽 깊은 곳에 위치한 길이 약 10~12㎝의 장기다. 해부학적으로 머리, 몸통, 꼬리 부분으로 나뉘며 우리 몸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우선 췌장은 소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분해하는 소화효소를 만들어 장으로 분비한다. 둘째는 혈당 조절 기능이다. 인슐린과 글루카곤 같은 호르몬을 분비해 혈당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돕는다. 즉, 췌장은 음식 섭취 이후 영양분을 흡수하고 에너지로 활용하는 데 필수적인 장기다.
그럼에도 췌장은 흔히 '침묵의 장기'라고 불린다. 몸속 깊은 곳에 위치해 작은 이상이 생겨도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고, 기능이 상당히 저하되기 전까지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췌장 주변에는 주요 혈관과 림프관이 밀집해 있어 암이 자라면서 주변 조직을 침범하거나 다른 장기로 퍼질 가능성도 있다. 이로 인해 진단 시점에 이미 병기가 진행된 환자들이 적지 않다.
◇췌장암 발생 위치따라 증상 제각각…조기 발견 시 5년 생존율 약 50%
췌장암의 증상은 암이 발생한 위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췌장 머리 부분에 암이 생기면 담즙이 지나가는 길이 막혀 황달이 발생할 수 있다. 눈 흰자위나 피부가 노랗게 변하고 소변 색이 짙어지는 것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반면 몸통이나 꼬리 부분에 생긴 암은 초기 증상이 훨씬 모호하다.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 복통, 등 통증, 체중 감소, 식욕 저하 등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발견이 늦어지기 쉽다.
또한 이유 없는 체중 감소, 기름진 변, 갑작스러운 당뇨병 발생 또는 기존 당뇨 조절 악화 역시 췌장 이상을 의심해볼 수 있는 신호다. 췌장의 소화 기능이 떨어지면 지방을 제대로 분해하지 못해 지방변이 생길 수 있고, 혈당 조절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당뇨병 형태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췌장암이 의심될 때는 CT 검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반 복부 초음파만으로는 췌장을 충분히 관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정밀한 영상검사가 필요하다. 필요에 따라 MRI, 내시경초음파 등의 검사를 추가해 종양의 위치와 크기, 혈관 침범 여부, 전이 여부를 확인한다. 이후 병기에 따라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등을 종합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췌장암은 여전히 치료가 어려운 암이지만, 조기 발견시에는 치료 성과가 좋다. 조기 발견된 1~2기 환자의 5년 생존율이 약 50%에 근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운 항암제와 표적치료제, 면역치료제 연구도 빠르게 진전되면서 치료 전망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순천향대학교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조영덕 교수는 "췌장은 조용한 장기이지만 결코 아무런 신호 없이 병이 진행되는 장기는 아니다"며 "평소와 다른 몸의 변화가 반복되거나 지속된다면 조기에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췌장암 대응의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다"고 조언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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