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꿈의 맞대결'은 결국 악몽으로 끝났다. 키움 히어로즈에서 최근 '실질적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던 배동현(28)도 친정팀 한화 이글스의 불방망이에 처참히 무너졌다.
배동현은 1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했지만 3이닝 11안타(1홈런) 2볼넷 1사구 3삼진 8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시즌 2패(4승)째. 팀의 연승을 이어야할 중책을 맡았지만, 불붙은 친정 타선의 기세를 꺾기엔 역부족이었다.
시작부터 꼬였다. 1회초 선두타자 황영묵을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낸 것이 화근이었다. 페라자에게 안타를 맞으며 무사 1, 3루 위기에 몰린 배동현은 강백호까지 볼넷으로 내보내며 1사 만루의 벼랑 끝에 섰다. 위기 상황에서 만난 상대는 한화의 간판 노시환이었다. 배동현은 초구에 144㎞짜리 직구를 선택했으나, 스트라이크 존 높은 코스로 몰린 실투가 됐다. 노시환의 방망이는 거침없이 돌았고, 공은 그대로 담장을 넘어가는 만루 홈런이 됐다. 순식간에 스코어는 0-4. 기선을 제압당한 배동현은 이후에도 안타와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1회에만 5실점하며 흔들렸다. 2회 1실점, 4회에도 2실점하며 배동현의 평균자책점은 4.06으로 대폭 상승했다.
이날 SSG 랜더스 김건우가 KT 위즈를 상대로 5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5승을 챙겨 배동현은 다승 공동 2위로 내려앉았다.
이날 경기는 배동현 개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를 떠나 키움에 둥지를 튼 그가 전 소속팀의 '대선배'이자 우상인 류현진과 선발 맞대결을 펼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최고 147㎞ 포심패스트볼 40개. 커브 16개(최고 121㎞) 슬라이더 19개(최고 140㎞) 체인지업 18개(최고 128㎞)를 섞어 던졌다. 하지만 너무 잘하려고 했던 탓일까. 평소의 침착함은 온데간데없었다. 제구는 흔들렸고, 주무기인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은 한화 타자들의 눈에 익은 듯 연달아 커트당했다.
이제 문제는 단순히 친정팀을 상대로 너무 잘하려고 긴장한 탓인지 아니면 그의 투구가 타팀에게 읽혀버린 것인지다. 전자라면 한숨 돌릴만 하지만 후자라면 상황은 심각하다. 사실 배동현은 베일에 쌓여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군에서의 기록은 2021년 20경기에서 38이닝을 던진 것이 전부다. 그만큼 전혀 생소한 공을 던지던 배동현이지만 이미 8게임을 선발 등판한 상황이라 타팀에서도 배동현의 공을 분석하기에 여념이 없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게다가 상대는 친정팀 한화다. 한화 전력분석팀은 누구보다 배동현의 투구 습관과 구질을 잘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키움은 배동현에 대한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있다. 키움 관계자는 "배동현을 2차 드래프트에서 그냥 데려온 게 아니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기록을 분석한 결과 배동현을 선택한 것이다. 그만큼 배동현의 투구를 믿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배동현의 투구 메커니즘과 구위를 여전히 신뢰한다는 의미다.
배동현은 올 시즌 8경기에서 4승 2패를 기록하며 키움 선발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이번 투구가 한 순간의 부진인지 아니면 투구 패턴을 완벽하게 읽혔는지에 키움의 촉각이 곤두서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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