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전날 친정팀을 상대로 8실점하며 무너졌던 키움 히어로즈 배동현(28)이 결국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하지만 키움 설종진 감독은 "어제 결과 때문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설 감독은 1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배동현의 엔트리 말소 배경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요지는 '철저히 계획된 휴식'이라는 점이다.
설 감독은 배동현의 말소가 징벌성 조치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설 감독은 "어제 결과 때문에 내린 결정이 아니다. 이전 알칸타라처럼 배동현 역시 승패와 상관없이 휴식을 주기로 했던 플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배동현은 키움 이적 후 한 달 내내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완벽하게 소화해 왔다. 설 감독은 "배동현이 풀타임 선발은 처음이지 않나. 한 달 동안 정말 잘 끌고 왔다"며 "어제 던지면 이번 주 일요일 등판 차례인데, 무리가 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미 몇 주 전부터 이번 턴에 한 번 쉬어주기로 계획했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비록 말소는 예정된 일이었지만, 전날의 부진에 대한 복기는 따끔했다. 설 감독의 눈에 비친 배동현은 평소와 달리 몹시 경직돼 있었다. 설 감독은 "스피드나 운영은 괜찮아 보였는데, 본인이 친정팀을 상대로 너무 잘 던지려다 보니 욕심을 낸 것 같다"며 "의욕이 앞서면 몸이 경직된다. 자기가 확 때려야 하는 타이밍에 몸이 굳으니 제구가 가운데로 몰렸다"고 분석했다.
평소 배동현의 강점인 1회 커맨드가 무너진 점도 지적했다. 설 감독은 "첫 타자부터 몸쪽 실투가 나오는 걸 보고 '긴장을 많이 했구나' 싶었다. 배동현은 1회에 그렇게 대량 실점을 할 투수가 아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묘하게도 배동현은 올 시즌 두 번의 한화전에서 모두 고전했다. 하지만 설 감독은 이를 '징크스'로 규정하는 것을 경계했다. 설 감독은 "자꾸 한화전에 안 좋다는 얘기를 하면 선수만 위축된다. 본인도 느끼는 게 많았을 것"이라며 "어제 5회까지 잘 버텼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런 아픈 경험이 성숙의 계기가 될 거라 믿는다. 좋은 공부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신뢰를 보냈다.
배동현은 열흘간의 재정비 시간을 가진 뒤 다시 1군 마운드에 오를 예정이다. '실질적 에이스'로 거듭난 배동현이 달콤한 휴식과 쓴 약이 된 패배를 거쳐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주목된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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