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박재만 기자] 우리 금쪽이 페라자 진정해 타이밍은 좋았어.
말은 통하지 않아도 마음은 통했다. 결과가 나오지 않아 누구보다 답답해하던 페라자를 향해 최재훈이 건넨 따뜻한 손길이 더그아웃을 훈훈하게 물들였다.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 0.338 6홈런 50안타 23타점. 뜨거운 타격감을 이어가던 페라자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첫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는 KBO 최고 강속구 투수 안우진. 초구 156km 직구를 지켜본 페라자는 2구째 155km 한복판 직구가 들어오자 기다렸다는 듯 힘차게 배트를 돌렸다.
노림수는 완벽했다. 타이밍도 늦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우익수 뜬공.
빠른 공에 강한 페라자조차 안우진 직구 구위를 이겨내지 못했다. 타이밍은 좋았지만 구위를 이기지 못한 페라자는 범타로 물러난 뒤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채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류현진과 최재훈 사이에 털썩 앉은 페라자는 연신 아쉬운 표정으로 방금 전 타석 이야기를 쏟아냈다. 몸짓과 표정으로 답답함을 표현하는 동생을 바라보던 최재훈은 미소를 지으며 자연스럽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다는 형님의 따뜻한 위로였다.
언어는 달라도 야구는 통했다. 결과 하나에 누구보다 진심인 페라자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최재훈이었다. 한참 동안 투정을 부리던 페라자도 형의 손길에 조금씩 표정이 풀렸다.
하지만 이날 고척돔은 쉽게 페라자를 허락하지 않았다.
두 번째 타석에서는 안우진의 영리한 변화구 승부에 완벽하게 당했다. 직구 타이밍을 잡고 들어온 페라자를 상대로 체인지업과 포크, 커브를 던진 안우진은 3구삼진으로 타자를 돌려세웠다.
페라자는 첫 타석에서는 직구 구위에 막혔고, 두 번째 타석에서는 변화구에 당했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페라자는 담담한 표정을 지었지만, 더그아웃에서 타석을 지켜보던 최재훈은 머쓱한 웃음과 함께 '오늘 안우진 공 진짜 좋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공격에서 안풀렸던 페라자는 수비에서도 아쉬운 장면을 남겼다.
1-0으로 앞선 4회말 2사 1루. 키움 브룩스의 빗맞은 타구가 내야와 외야 사이 애매한 곳으로 높게 떴다. 2루수 황영묵과 우익수 페라자가 동시에 달려들었지만 타구 처리가 매끄럽지 못했다. 몸을 날린 페라자는 포구에 실패했다. 그 사이 1루 주자가 홈까지 들어왔다.
기록상 안타였지만 사실상 실점으로 이어진 아쉬운 장면이었다. 수비를 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페라자의 표정은 무거웠다. 고개를 떨군 채 자리에 앉은 동생을 바라보는 동료들의 시선에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그 순간 다시 분위기를 바꾼 건 동료들이었다.
5회초 선두타자 김태연이 안우진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역전 솔로포를 터뜨리자 더그아웃에 있던 페라자는 누구보다 먼저 달려나와 동료를 반겼다. 본인은 풀리지 않았지만 팀 득점에는 누구보다 크게 기뻐했다.
그리고 이어진 1사 1,3루 찬스. 타석에 들어선 페라자는 강한 타구 후 전력질주했다. 결과는 야수선택. 비디오 판독 끝에 이도윤의 득점이 인정되며 한화는 귀중한 추가점을 얻었다.
결국 페라자는 이날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직구에도, 변화구에도, 수비에서도 아쉬움이 남은 경기였다.
하지만 더그아웃 안에서는 누구 하나 페라자를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형들은 하루 동안 누구보다 힘들어했을 동생을 다독였다.
특히 머리를 쓰다듬으며 건넨 최재훈의 짧은 위로는 단순한 스킨십 이상의 의미였다. 결과 하나에 흔들리는 외국인 타자를 향한 베테랑 포수의 진심 어린 배려. 말보다 더 큰 위로였다.
안 풀리는 하루였다. 그래도 페라자는 혼자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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