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에서는 최근 '누가 캠퍼스의 멀쩡한 나무들을 베어버렸느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회관 앞 민주광장을 10년 넘게 지키며 그늘과 쉼터를 제공한 양버즘나무 12그루와 등나무 벤치가 지난달 사라졌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나무와 등나무 벤치는 오는 19일 시작되는 축제 '대동제' 때 열릴 연예인 공연과 부스 설치를 위해 학교 측이 잘라내 철거한 것이었다.
이에 학생들 사이에서는 "축제하려고 광장을 밀어버리냐"는 성토가 빗발치고 있다.
학교 측은 "총학생회가 요청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총학도 "학교 역시 바란 것"이라며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상황이다.
경영학과 4학년 강모(22)씨는 "크고 오래된 나무와 정자를 없애면서까지 축제하는 게 옳은 건지 모르겠다"고 싸늘하게 말했다.
이처럼 서울 주요 대학 축제의 핵심이 외부인까지 몰리는 대형 콘서트로 변모하며 곳곳에서 부작용이 생겨났다.
행사를 위해 나무를 베어내는가 하면, 학생증이 암거래되고 심부름 알바까지 등장했다.
연예인 공연을 위해 캠퍼스 일상을 무너뜨리는 주객전도가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씁쓸한 지적도 나온다.
대학들이 연예인 섭외에 쏟는 노력은 매년 과열 양상을 보인다.
경희대는 18일 시작하는 봄 대동제 행사에 출연할 연예인 섭외 등을 대행해줄 업체 선정에만 2억2천만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용역업체 선정 요청서에는 '정상급 힙합 가수 1팀', '최정상급 아이돌·가수 1팀' 등 구체적으로 유명 연예인을 섭외한다는 조건이 내걸렸다.
경희대는 학생들 의견을 반영했다고 한다. 경희대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 오랜 기간 동안 학생 주관 행사가 없었다 보니 화려한 공연을 원하는 수요가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과열된 공연 관람 열기 속 외부인 출입 실랑이도 여전하다.
14일 서강대 축제에서 진행된 아이돌 '라이즈'의 공연을 본 타 대학 졸업생 A(25)씨는 서강대 학생증을 10만원에 빌렸다.
재학생 우선 입장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의심을 피하기 위해 학교 건물 이름, 수업명과 FM(대학 구호)까지 암기했다. 학생증 양도 등으로 원성이 높아지자 입장 전 학교에 대한 퀴즈를 내는 경우도 있어서다.
인파가 몰리며 공연장 앞자리를 차지하려 줄 서는 사람을 위해 심부름을 해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줄을 서다 배가 고프거나 갈증이 생기는 등 도움이 필요해지면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심부름꾼'을 매칭 받는 식이다.
선착순으로 입장하는 축제들은 수 시간 전부터 줄 서서 기다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서강대 라이즈 공연은 오후 6시30분이었지만 대기줄은 오전 3시부터 형성됐다고 한다.
축제 소음으로 학습권을 침해받는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크다.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축제기획단은 도서관 앞 소음 민원 방지를 위해 축제 기간 중앙도서관에서 귀마개 1천500개를 배부하겠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비교적 소음이 덜한 건물 강의실들도 개방할 예정이다.
m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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