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2경기 연속 초대형 홈런포에 설레게 했는데...거기서 왜 그런 송구가.
롯데 자이언츠 한동희는 이제 롯데팬들에게 '애증의 존재'가 돼가고 있다. 경남고를 졸업한 부산 로컬보이. 2018년 엄청난 기대 속에 1차지명을 받고 입단했다. 이대호의 대를 이을 4번타자 거포로 성장할 걸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매 시즌 같았다. 터질 듯, 터질 듯, 터지지 않았다. 2020, 2021 시즌 연속 17홈런을 때렸지만 거기까지였다. 약점이 극명했다. 일단 상대의 집요한 유인구 승부에 적응하지 못했고, 한 번 슬럼프에 빠지면 잘 헤어나오지 못했다.
매 시즌 '한동희만 터지면 롯데 성공한다'며 기대와 실망이 반복됐다. 그러는 사이 상무에서 군 복무를 하게 됐다. 2군을 그야말로 '씹어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잘했다. 그러니 올시을 앞두고는 그에 대한 기대감이 하늘을 더 찔렀다.
하지만 올해도 죽을 쒔다. 1군에서는 절대 통할 수 없는 것이냐는 얘기가 나왔다. 2군에 내려가는 등 자존심을 구겼다.
그런데 뭔가 반전의 신호탄이 터진 느낌이었다. 1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3회 잭 로그를 상대로 동점 투런포를 때려낸 것. 무려 965일 만에 1군에서 친 홈런이었다. 1군 복귀 이틀 만에 나온 홈런. 비거리 135m의 초대형 홈런이었다.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이었을 듯.
그 기세가 그대로 이어졌다. 17일 두산전에서도 호투하던 상대 선발 최승용으로부터 선제 솔로포를 때려냈다. 또 비거리 130m. 높은 바깥쪽 직구 실투를 제대로 받아쳤는데, 정말 엄청난 파워가 느껴졌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타구.
'와, 드디어 한동희가 감 잡았나'라는 감탄사가 터져나오고 있는 순간, 그 홈런의 상승세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치명적 장면을 연출하고 말았다.
승부처였던 7회말. 1-1 상황서 체력이 떨어진 선발 로드리게스가 어이없는 견제 실책으로 실점을 했다. 그래도 1점이었다. 여기서 막으면 희망이 있었다. 두산도 이틀 혈전에 불펜이 많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었다. 실점을 최소화해야 했다.
100구를 넘게 던진 로드리게스가 오명진을 3루 땅볼로 유도했다. 그런데 한동희가 믿기 힘든 송구 실책을 저질렀다. 평범한 타구였고, 송구까지 시간도 충분했다. 하지만 공이 너무 떠버렸다. 그렇게 추가 실점을 한 롯데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홈런도 물론 중요하고 좋지만, 야수는 수비에서도 안정감이 있어야 한 시즌 주축 선수로 활약할 수 있다. 모처럼 만에 홈런으로 조명받을 수 있었는데, 오히려 실책이 더 부각될 수밖에 없는 날이 됐다.
잠실=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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