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선발 마운드는 탄탄하고, 타선은 연일 불방망이를 휘두른다. 이 정도면 상위권 진격의 완벽한 조건을 갖춘 듯 보인다. 하지만 한화 이글스의 시선은 더 높은 곳으로 향하지 못하고 있다. 번번이 뒷문을 단속하지 못하고 불을 지르는 '허약한 불펜'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는 17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9회말 대타 이정훈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7대8로 역전패했다. 최근 10경기에서 7승 3패, 5할을 훌쩍 넘는 승률을 보이고 있지만 2% 부족하다.
현재 한화의 팀 평균자책점은 5.08로 키움 히어로즈(5.16)에 겨우 앞선 9위다. 하지만 이 지표를 선발과 구원으로 쪼개어 보면 한화의 진짜 아킬레스건이 어디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선발 평균자책점은 4.26로 리그 5위 수준이다. 오웬 화이트까지 돌아오며 선발로테이션은 계산이 서게 됐다. 하지만 구원 평균자책점은 6.00으로 리그 꼴찌다. 선발이 내려간 이후의 마운드는 그야말로 시한폭탄이라는 말이다.
지난 시즌 한화의 구원 평균자책점은 4.23으로 SSG 랜더스(3.63)에 이어 리그 2위를 달릴 만큼 탄탄했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뒷문이 완벽하게 붕괴하며 팀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 됐다.
사실 불펜의 불안함은, 승리했던 16일 경기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당시 한화는 선발 화이트의 6⅓이닝 2실점(1자책) 호투와 강백호의 7타점 원맨쇼를 앞세워 10-0까지 앞서갔다.
하지만 화이트가 내려간 이후 강건우가 연속 볼넷을 내주며 분식회계를 저질렀고, 8회에는 조동욱마저 유준규에게 뼈아픈 2타점 3루타를 맞으며 2실점했다. 타선이 무려 10점을 뽑아주지 않았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흐름이었다.
결국 이 시한폭탄은 17일 대폭발했다. 선발 류현진은 5이닝 2실점으로 제 몫을 다하며 3-2로 앞선 상황에서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내려갔다. 하지만 바뀐 투수 박준영이 1실점, 김 감독이 승리조로 신뢰를 보낸 윤산흠이 3실점하며 순식간에 동전을 뒤집듯 흐름을 내줬다. 9회초 타선이 극적으로 7-7 동점을 만들었지만, 새 마무리로 낙점된 이민우가 이닝이 시작되자마자 장성우에게 볼넷을 내줬고 급하게 올라온 강재민마저 연속 안타를 맞아 고개를 숙였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 16일 경기 전 불펜 운용에 대해 고심 어린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마무리는 이민우가 맡되 당분간은 열어놓고 갈 생각"이라며 "현재로서는 윤산흠, 이상규, 조동욱 등이 승리조라고 할 수 있다. 경험 있는 투수들이 해줘야 한다"고 믿음을 보냈다.
하지만 감독의 공언이 무색하게도 16일에는 조동욱이, 17일에는 윤산흠과 이민우가 차례로 무너졌다. 믿었던 승리조 카드들이 연이어 실점하며 김경문 감독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지게 됐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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