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단순한 '고졸 1년 차 특급 신인'이라는 수식어로는 이제 이 선수의 가치를 모두 담아낼 수 없다. 키움 히어로즈의 '7억팔 괴물 루키' 박준현(19)이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며, 고척돔의 독수리 안우진을 위협할 '차세대 대한민국 우완 에이스'의 탄생을 알렸다.
박준현은 17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99개의 공을 던지며 5안타 2볼넷 9탈삼진 1실점이라는 압도적인 투구를 펼쳤다. 팀이 1-1로 맞선 7회말 마운드를 내려가 아쉽게 시즌 2승 달성은 다음으로 미뤘지만, 프로 데뷔 후 첫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달성하며 창원 마운드를 완벽하게 지배했다.
키움은 박준현의 눈부신 호투를 발판 삼아 8회말 김건희의 동점포와 임병욱의 결승타로 3대2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탈꼴찌 불씨를 지폈다.
이날 박준현의 피칭은 그야말로 '철완' 그 자체였다. 1회초 시작과 동시에 NC의 간판타자 박민우를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솎아내며 압도적인 구위를 과시했다.
백미는 야수진의 실책으로 맞이한 6회말 절체절명의 만루 위기였다. 1사 후 이우성의 내야 뜬공 때 1루수 최주환과 2루수 서건창이 겹치며 공을 놓치는 치명적인 실책이 나왔다. '고졸 1년차'라면 평정심을 잃을 법도 한 상황. 역시 박건우와 오영수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만루를 만들어줬다.
하지만 박준현의 심장은 떨리지 않았다. 김형준을 상대로 6회임에도 불구하고 전광판에 무려 155㎞의 강속구를 찍어 누르며 헛스윙 삼진을 유도, 스스로 포효하며 이닝을 마쳤다. 위기 상황에서 더 강한 공을 던질 수 있는, 에이스의 전유물과도 같은 '클러치 피칭' 능력을 증명한 순간이었다.
박준현은 KBO리그의 레전드 박석민 현 삼성 퓨처스 타격코치의 큰아들로, 입단 전부터 '야구 수저'로 큰 기대를 모았다. 2026 신인 드래프트 전체 1라운드 1순위로 7억 원의 계약금을 안긴 키움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단순히 공만 빠른 투수가 아니다. 고졸 신인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는 제구력마저 이날은 볼넷 단 2개만 허용하며 한층 진화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3일 두산전(3⅔이닝 5실점)을 제외하면, 나머지 3차례 등판에서 모두 5이닝 이상 1실점 이하로 상대 타선을 틀어막는 괴력을 선보이고 있다.
이날 호투로 박준현은 시즌 평균자책점을 종전 2.63에서 2.29까지 끌어내리며 리그 최정상급 선발 투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비록 박준현의 승리는 날아갔지만, 키움 타선은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해 신인 에이스의 역투를 승리로 연결했다.
5월 들어 첫 위닝시리즈를 낚아챈 최하위 키움(16승 1무 26패)은 9위 롯데 자이언츠를 1경기 차로 바짝 추격하며 본격적인 탈꼴찌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 중심에는 키움을 넘어 대한민국 야구계를 설레게 하고 있는 '새로운 황태자' 박준현이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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