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먼(미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른 것이라는 말은 윙백으로 '검증의 무대'를 앞둔 옌스 카스트로프(23·묀헨글라트바흐)를 두고 하는 말일 수도 있다.
'윙백 카스트로프'가 드디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31일 오전 10시(이하 한국시각)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브리검영대(BYU) 사우스필드에서 열리는 트리니다드토바고와의 A매치 친선경기에서다.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 감독은 30일(한국시각)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근교 헤리먼의 자이언스 뱅크 트레이닝센터에서 취재진과 만나 트리니다드토바고전에 카스트로프를 선발로 투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홍 감독은 "그 포지션(왼쪽 윙백)에는 이태석과 옌스가 있다. 두 선수는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 그래서 우리가 (최종명단에)선택을 했는데 아마 옌스가 내일 선발 출장할 것 같다. 경기에 출전해서 그 선수의 장점을 우리가 좀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선수에게도 그런 부분들을 주문할 생각이다. 내일 상황에 따라 양쪽 풀백에 있는 선수가 교체가 될 수도 있지만, 옌스의 장점을 한번 살필 좋은 기회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홍 감독은 지난 3월 유럽에서 열린 원정 평가전에서 카스트로프를 윙백으로 실험하려고 했다. 소속팀에서 윙백으로 뛰며 종종 골을 터뜨렸던 카스트로프의 공격성이 홍명보식 스리백에 잘 어울릴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한데 카스트로프는 합류 전 소속팀 경기에서 발을 다쳐 결국 코트디부아르, 오스트리아전에 나서지 못했다. 그렇게 두 달을 기다린 끝에야 '윙백 카스트로프'를 테스트해볼 기회를 얻었다.
월드컵 개막을 2주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라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홍 감독은 첫번째 모의고사에서 일찌감치 가능성을 테스트해보고자 한다. 만약 카스트로프가 기대 이상 잘해준다면 윙백 포지션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 반대의 경우라면 선발 구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이 경기는 누구보다 해외 태생 첫 혼혈 선수인 카스트로프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한국 대표팀 역사상 혼혈 선수가 월드컵 무대에 직접 뛴 적은 한번도 없다.
홍 감독은 동시에 '깜짝 발탁 선수' 이기혁(강원) 테스트한다. 이번 인터뷰에서 이기혁을 센터백으로 선발 기용할 뜻을 내비쳤다. "이기혁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리그에서 검증이 돼서 이제 선발이 됐는데 몇 가지 고쳐야 될 부분은 좀 있다. 그런 부분들을 계속 선수한테 이야기해주고 있다. 일단은 중앙 수비수에서 먼저 스타트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수비수 출신 홍 감독은 소집훈련 기간 중 직접 이기혁에게 수비하는 자세 등을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아직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은 있지만, A매치 실전에서 얼만큼 능력을 발휘하는지 살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기혁은 최종명단 26명 중 유일하게 홍 감독 체제에서 A매치를 치러보지 않아 검증이 필요한 선수다.
카스트로프와 옌스의 공통점은 '선발대'다. 홍 감독은 지난 18일부터 사전캠프 훈련에 임하며 고지대 적응을 마친 선발대 9명 위주로 트리니다드토바고전 선발 라인업을 꾸릴 확률이 높다. 선발대 9명은 K리거와 챔피언십 소속인 이동경 조현우(이상 울산) 송범근 김진규(이상 전북) 김문환(대전) 이기혁(강원) 백승호(버밍엄시티)
배준호(스토크시티) 엄지성(스완지시티)이다. 여기에 유럽파 카스트로프가 선발대와 비슷한 시기에 입국해 선발대와 동일한 스케줄을 소화했다.
결국 이 10명이 트리니나드토바고전 선발 라인업의 축을 이루고 부족한 포지션은 24일부터 줄줄이 합류한 후발대 선수들이 채우는 그림이 그려진다. 원톱을 맡을 수 있는 스트라이커의 경우, 오현규(베식타시)가 근육 부상을 안은 채 대표팀에 합류해 손흥민(토트넘) 조규성(미트윌란) 둘만 남았다. 손흥민 조규성은 25일에 합류했다.
홍 감독이 스리백을 쓴다고 가정할 때, 일단 스리백의 한 자리와 왼쪽 윙백은 각각 이기혁과 카스트로프가 '찜'했다. 나머지 센터백 두 자리는 28일에야 첫 훈련에 임한 '괴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보다는 조유민(샤르자) 이한범(미트윌란)이 맡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태현(가시마)은 이기혁과 같은 왼발잡이라 일단 이번 경기에는 벤치에서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선발대 조현우 혹은 송범근가 골문을 지킬 것이 유력하다.
오른쪽 윙백은 김문환이 유력해보이고, 중원 듀오는 백승호 김진규가 설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은 부상에서 막 회복한 핵심 미드필더 황인범(페예노르트)은 후반에 교체로 투입할 뜻을 내비쳤다.
여기에 이동경 배준호 엄지성 등이 먼저 2선 공격수로 나서 손흥민 혹은 조규성과 공격진에서 호흡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중 냉정하게 월드컵 본선에서 선발로 뛸 선수는 많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홍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는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헤리먼(미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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