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하(Milky Way) 중심부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인 '궁수자리 A*(Sgr A*)' 주변에서 과학자들이 반세기 넘게 찾지 못했던, 블랙홀이 현재 바람을 내뿜고 있음을 시사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발견됐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마크 고르스키 교수팀은 5일 과학 저널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에서 궁수자리A* 주변에서 블랙홀이 내뿜는 뜨거운 바람에 의해 차가운 물질들이 쓸려나간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원뿔형의 빈 공간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고르스키 교수는 "블랙홀이 완벽한 진공 상태에 존재하지 않는 한 어떤 방식으로도 반드시 바람을 내보내야 한다"며 "이 연구는 우리은하 중심부 초대질량 블랙홀 궁수자리 A*가 바람을 내뿜고 있음을 처음으로 명확히 보여주는 것으로 과학자들이 50여년 동안 찾아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거대 은하 중심에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있으며, 블랙홀에서는 주변 물질이 빛에 가까운 속도로 빨려 들어가는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와 압력이 발생, 일부 물질이 강력한 바람이나 제트(jet) 형태로 우주공간으로 분출된다.
연구팀은 우리은하 중심부 초대질량 블랙홀 궁수자리 A*에서도 이런 바람이 분출될 것이라는 이론이 1971년 처음 제안됐으나 현재까지 이런 명확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천문학계의 오랜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먼저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거대 전파망원경인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집합체'(ALMA)로 5년여에 걸쳐 궁수자리 A* 블랙홀 주변의 차가운 분자 가스를 고해상도로 관측했다.
블랙홀 자체가 내는 강한 전파 신호를 제거하고 주변 가스만 분석한 결과, 블랙홀에서 남남서 방향으로 길이 약 3.26광년(1파섹), 개구각 45도인 거대한 원뿔형 빈 공간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빈 공간이 블랙홀에서 나온 뜨거운 바람이 지나가면서 주변 가스를 밀어내거나 가열해 형성된 흔적으로 해석했다. 실제 계산 결과 주변 별들이 만들어내는 항성풍만으로는 이런 규모의 빈 공간이 만들어질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이를 미항공우주국(NASA) 찬드라 X선 우주망원경 자료와 비교 분석한 결과 차가운 가스가 사라진 원뿔형 빈 공간은 뜨거운 가스가 강한 X선을 방출하는 영역과 정확히 겹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궁수자리 A*에서 나온 뜨거운 바람이 주변 분자 가스를 제거하거나 가열해 빈 공간이 만들어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어 바람의 영향이 우리은하 중심부의 전리 가스 구조인 '웨스턴 아크'(Western Arc)'까지 이어지는 범위를 분석한 결과 이 바람이 최소 2만 년 동안 지속돼 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발견은 궁수자리 A* 블랙홀의 '사라진 바람'이라는 오랜 수수께끼를 해결할 뿐 아니라 우리은하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에서 작동하는 물리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창을 열어준다고 말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엘레나 무르치코바 교수는 "궁수자리 A*가 내뿜는 바람은 매우 강력하지는 않고 방향도 시간에 따라 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우리은하 중심 블랙홀이 특별히 예외적인 존재가 아니며 우리 역시 우주에서 특별한 위치에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 출처 : 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Mark D. Gorski et al., 'The discovery of a large active wind from the Milky Way's central black hole'.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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