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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벗는 로저스, 넥센에선 '악동'이미지 벗을까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1-31 09:56


◇에스밀 로저스가 지난 2016년 한화 이글스 시절 덕아웃에서 배트를 휘두르며 타격 연습을 하는 모습. 뒤에 서 있는 홍남일 트레이닝 코치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에스밀 로저스는 '악동' 이미지를 벗을 수 있을까.

넥센 히어로즈는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성공적인 전력 보강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접고 돌아온 4번 타자 박병호의 무게감도 컸지만, 역시 지금껏 KBO리그에 왔던 외인 투수 중 최강의 구위를 지녔다고 일컬어지는 에스밀 로저스를 영입한 것이 핵심이었다. 넥센은 로저스에게 에이스의 역할을 부여할 계획이다. 로저스에게 15승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로저스가 팀의 기대대로만 던져준다면 넥센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매우 커진다. 그러나 기대와 현실이 일치할 지는 시즌이 개막되어봐야 아는 일이다. 지금으로서는 기대만을 잔뜩 품고 있다. 때문에 스프링캠프에서 로저스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 지가 중요하다. 성실하게 팀에 녹아드는 모습을 보인다면 다행이지만, 한화 시절처럼 돌출 행동을 일삼는 '악동' 이미지를 이어간다면 한 시즌이 고달퍼질 수 있다.

로저스는 한화에서도 에이스 대접을 받았지만, 특유의 '악동 이미지' 때문에 팀에 잘 녹아들지는 못했다. 2016년 일본 고치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 때는 휴식일에 갑작스럽게 화려한 색깔로 염색을 하고 나타나 당시 한화 김성근 감독의 눈쌀을 찌푸리게 한 적도 있었다.

사실 프로 선수가 머리 색깔을 어떻게 하든 자유다. 그러나 '팀 코드'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이는 해외 리그에도 엄연히 존재한다.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명문구단인 뉴욕 양키스의 경기장 밖 드레스 코드는 깔끔한 정장 수트차림이다.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은 이런 팀 코드를 지키려고 애쓴다. 과거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 텁수룩한 수염이 트레이드 마크였던 조니 2006년 뉴욕 양키스로 팀을 옮기자마자 수염을 깨끗이 밀고 나타나기도 했다. 팀 문화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었다.

로저스는 한화 시절에는 이런 면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투수임에도 훈련 때 외야에 나가 펑고 타구를 잡는가 하면, 타석에서 프리배팅을 하기도 했다. 특히 타격 연습은 팔꿈치 부상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기도 했다.

물론 로저스는 특유의 친화력을 앞세워 팀 동료들과는 비교적 잘 지냈다. 하지만 예측불허의 돌발 행동 때문에 코칭스태프나 프런트 관계자는 로저스 관리에 애를 먹곤 했다. 그래서 넥센이 로저스 영입을 발표했을 때 이런 부분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넥센 관계자는 "로저스가 2년 전과는 달리 많이 성숙해졌다"며 이런 우려의 시각을 일축했다. 결국 이 또한 말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 로저스가 어떻게 변모했는지는 스프링캠프를 지켜보면 된다. 넥센은 31일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한다. 로저스는 애리조나로 곧장 합류할 계획이다. 과연 로저스는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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