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위기의 여자농구 해법찾기] ③ 프로리그, 경기력 향상이 살길이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7-12-20 19:47


삼성생명 토마스가 6일 신한은행전서 레이업슛을 시도하고 있다. 선수 뒤로 보이는 관중석이 텅텅 비어있다. 사진제공=WKBL

여자농구가 위기라는 말은 어제, 오늘 갑자기 나온 얘기가 아니다. 오래전부터 여자 농구에 대한 위기설은 있었지만 개선된 점 없이 계속 흘러 이젠 발등의 불이 됐다. 올림픽 4강에 올랐던 찬란했던 여자농구의 전성기는 없다. 이제 올림픽에도 나가지 못하고, 한수 아래라 여겼던 일본에도 밀린다. 미래인 어린 새싹들도 얼마 보이지 않는 농구 저변이 줄어드는 현실에 직면해있다. 스포츠조선은 지난 9월 25일 한국농구발전포럼을 통해 여자농구의 저변확대에 대한 토론을 했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여자농구의 저변확대를 위한 시리즈를 준비했다. 초·중·고, 대학, 프로의 현실을 직시하고 그에 맞는 해결 방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프로리그는 해당 종목의 최정점에 있다. 선수들의 실력부터 스타성, 홍보와 마케팅을 총괄하는 프랜차이즈 구단 경영에 관한 노하우 그리고 리그를 주관하는 상급 기관의 공정성과 비전 제시까지. 이런 모습을 두루 갖춰야 진정한 프로리그라 할 수 있다. 팬들이 돈을 내고 경기장을 찾아와 팀과 선수를 응원하는 것은 아마추어와 월등히 차이나는 수준 높은 경기를 보고 싶어서다.

원론적인 이야기에서 현실로 돌아와 한국 여자프로농구, WKBL을 보자. 앞서 열거한 프로리그의 기준에 비춰볼 때 과연 프로리그로서 가치를 지녔을까. 여전히 WKBL리그를 성원하는 팬들이나 현장의 관계자들, 연맹 직원들은 답을 알 것이다. 현재 WKBL을 프로라고 말하기엔 한계가 있다. 현실적인 문제가 물론 존재한다지만 심각한 반성과 변혁이 필요하다.

▶해가 갈수록 떨어지는 WKBL 경기력

팬들이 지적하는 WKBL의 가장 큰 문제점, 바로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경기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WKBL의 경기력 하락은 데이터에 그대로 나타난다.

2017~2018 신한은행 여자프로농구는 19일까지 팀별 15경기씩 총 45경기를 치러 3라운드를 마쳤다. 그런데 경기를 지켜보면 어이없는 실수가 자주 등장한다. 기본적으로 선수들의 자유투 성공이 저조하다. 수비진이 모두 정지한 상황에서 선 채 던지는 자유투는 가장 쉽게 점수를 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게 너무 많이 빗나간다. 수치로도 입증된다. 이번 시즌 WKBL 평균 자유투 성공률은 70.2%에 불과하다. 이는 최근 5시즌 중에 가장 낮은 수치다.

자유투 성공률은 2013~2014시즌에 74.3%로 최근 5시즌 중 정점을 찍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다. 2014~2015시즌에는 73.2%였고, 2015~2016시즌에는 이전보다 1%포인트가 줄어든 72.2%였다. 지난 시즌에 72.5%로 약간 향상되는 듯 하더니 이번 시즌에는 2.3%가 떨어졌다.


자유투 성공률 뿐만이 아니다. 2점슛 성공률과 3점슛 성공률도 계속 떨어졌다. 역시 2013~2014시즌 때가 가장 좋았다. 각각 47%와 31.3%였는데 이번 시즌에는 44.8%와 28.2% 밖에 안 된다. 2점슛 성공률이 50%가 안되는 건 분명 문제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지나친 의존

슛 성공률의 지속적인 하락세를 '수비력의 강화에 따른 결과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많은 농구 관계자들은 이런 현상의 핵심 원인으로 외국인 선수의 공격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된 것을 지적한다. 실제로 "똘똘한 용병 하나만 잘 뽑아도 시즌 성적은 나온다"는 얘기가 있고, 외국인 선수에 따라 순위가 바뀐다.

공격 자체도 외국인 선수를 중심으로 풀어간다. 신장와 파워의 우위를 앞세운 외국인 선수가 2대2 혹은 단독 돌파로 손쉽게 골밑 득점을 하거나 야투를 터트린다. 상대 입장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더블팀을 가동하거나 트랩을 거는데, 이러면 필연적으로 빈 공간이 나온다. 국내 선수는 이 틈에 득점을 노리는 패턴이 오래 전부터 대세로 굳어졌다.

하지만 이렇게 외국인 선수에게 기회가 몰리자 국내 선수들에게는 슈팅 기회가 줄어들었다. 가끔 생기는 기회도 기존의 간판 선수들의 몫이다. 현장 지도자들은 확률상 검증된 선수에게 기회를 주려고 한다. 어린 선수들도 자신이 해결하기 보다는 외국인 선수 또는 간판 스타에게 패스를 돌린다. 경험이 쌓일 리 없다. 이런 트렌드가 굳건하게 자리잡은 결과가 야투 뿐만 아니라 자유투 성공률의 감소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로 인해 일부 지도자들은 WKBL의 외국인 선수 제도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삼성생명 임근배 감독이 대표적이다. 그는 종종 "6개 팀 밖에 안되는 작은 리그에서 굳이 외국인 선수를 그것도 두 명씩이나 써야 하는 지 의문이다. 국내 선수들의 성장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게다가 비용 문제도 점점 커진다"면서 "차라리 외국인 선수 제도를 없애거나 1명으로 줄이고, 절약된 비용을 리그 차원에서 아마추어 발전 기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즉, 6개 구단이 외국인 선수 영입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마추어 농구 발전 기금 혹은 대학팀 창단 지원금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여자 농구의 저변 확대와 고졸 선수들의 진로 확충, 선수 기량 발전 등 다양한 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의견이다. 현실적으로 충분히 고려해 볼 만 하다.

▶외국인이 없어도 될 만큼의 선수층을 키워야

프로에 들어온 어린 선수들은 기본기가 부족하고 체력 역시 떨어져 있다. 당장 쓸 수 있는 선수가 별로 없다. 지금 WKBL을 호령하는 2년차 박지수(청주 KB스타즈)는 특별한 케이스다. 가끔 그런 슈퍼스타급 선수가 나오지만 대부분의 선수는 1∼2년 혹은 그 이상 훈련을 통해 성장해야 한다. 성적을 내야하는 팀으로선 당연히 득점력이 있는 외국인 선수와 국내 에이스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다.

가장 좋은 것은 수준있는 선수를 많이 보유하는 것이다. 선수층이 두터워야 외국인 선수 없이도 재미있는 득점력 높은 경기를 할 수 있다. 그래서 육성이 필요하다. 물론 WKBL도 2군 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만의 경기로는 부족하다.

2군 리그에 실업팀을 참가시키는 것은 어떨까. 실업팀은 아무래도 경기수가 적다. 선수는 경기를 해서 경험을 쌓으며 성장할 수 있는데 실업팀에서 하는 경기수로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실업팀이 프로팀 선수들과 경기를 하면서 배우는 것이 있고, 성장을 할 수 있다. 굳이 실업팀 선수들과 함께 경기하며 이들을 키울 필요가 있을까 말할 수도 있지만, 이들 중에 프로팀에 눈도장을 받고 프로에 진출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프로팀의 2군 선수들 역시 많은 경기를 하면서 체력과 실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그냥 슈팅 연습이 아니라 경기를 통해서 던져 1군 경기에 나가서도 자신있는 슛을 날릴 수 있게 된다. 지난 시즌엔 2군 리그가 2라운드, 총 30경기를 치렀지만 이번 시즌엔 아쉽게도 1라운드, 팀당 한번씩 만나서 경기를 해 총 15경기만 한다. 신인 선수들이 학사일정으로 인해 뛸 수 없는 날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좀 더 체계적인 훈련과 과학적인 체력 관리법 등 선진 농구를 배우는 것도 필요한 대목이다. 자신에 맞지 않은 훈련은 그 선수의 능력을 제대로 키울 수 없다. 선수들의 체력과 실력에 맞는 훈련법을 적용해야 선수가 성장할 수 있다. 그냥 프로에 오는 선수들의 실력만으로 경기를 치러 우승을 노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키워야 하는 선수가 있다면 그들이 빨리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자 농구 저변이 좁아지는 현실에서 농구를 하려는 선수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선 프로가 빛을 내야 한다. 떨어지는 경기력,에 줄어드는 관중수에 한숨만 쉬고 있어서는 안된다. 더 많은 노력과 각성, 그리고 어떤 것이라도 해보려는 의지가 필요한 것만은 사실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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