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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다. 그러나 역시나였다. 돌아온 것은 '도하 참사'였다.
카타르전은 슈틸리케 감독의 '단두대 매치'였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슈틸리케호는 14일(이하 한국시각) 도하에서 졸전 끝에 카타르에 2대3으로 패했다. 전날 이란이 우즈베키스탄을 2대0으로 잡으면서 희망이 짙어졌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한 걸음 더 다가간듯 했다.
하지만 '희망고문'에 불과했다. 현실은 전혀 달랐다.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데 까지 단 하루면 충분했다. 한국은 A조 2위는 가까스로 지켰지만 우즈베키스탄과의 승점 차는 여전히 1점에 불과하다. 최종예선은 2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살얼음판 행보는 마지막까지 이어지게 됐다.
카타르전에서 또 한번 드러났지만 원정에서 한국 축구는 동네북이었다. 최종예선 원정 4경기에서 1무3패, '무승의 늪' 탈출은 요원했다.
결국 분위기 쇄신밖에 길이 없다. 축구협회가 카타르전을 앞두고 두 갈래의 방향을 잡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벼랑 끝의 슈틸리케 감독은 끝내 반전을 연출하지 못했다.
현재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최종 결심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3월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가 도마에 오르자 '재신임'으로 정리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신뢰 유지는 힘들다는 것이 내부 관측이다.
다행인 점은 어느 정도의 시간적 여유다. 이란과의 최종예선 9차전은 8월 31일, 우즈벡과의 최종은 9월 5일 열린다.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를 서둘러 결정해야 '비상 시국'을 수습할 수 있다. 주어진 시간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결단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한편, 슈틸리케 감독은 카타르전 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거취를 먼저 언급했다. 그는 "내 거취에 대한 질문이 나올 것 같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거취는 내 손에 달린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 돌아가서 말하겠다"며 자진사퇴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