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바르셀로나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얻은 것이 더 많은 무승부였다.
레알 마드리드는 26일(한국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누 캄프에서 열린 2011~2012시즌 스페인 국왕컵 8강 2차전에서 바르셀로나와 2대2로 비겼다. 1,2차전 합계 3대4로 4강 진출이 좌절됐지만, 용맹했던 레알 마드리드를 두고 스페인 언론은 찬사를 보냈다. 다음번 엘클라시코에서 바르셀로나를 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
이날 가장 많은 관심을 모은 인물은 조제 무리뉴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었다. 선수단, 스페인 언론과의 불화 등으로 다시 한번 이슈의 중심이 된 무리뉴 감독에게 이번 엘 클라시코는 어느때보다 중요한 경기였다. 또 한번 바르셀로나에 무기력하게 무너졌더라면 경질까지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고비에서 '승부사' 무리뉴 감독은 '정공법'을 택했다. 수비적인 트리보테(3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전술 대신 공격적인 4-2-3-1 카드를 꺼내들었다. 트리보테 전술에서 겉돌았던 공격진은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바르셀로나를 밀어붙였다.
특히 엘클라시코에서 부진한 모습으로 팬들의 비난을 받았던 '두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메주트 외질의 활약이 빛났다. 호날두는 후반 23분 추격의 실마리를 마련하는 골을 넣었으며, 외질은 수차례 결정적 패스를 선보였다. 전반 초반 두세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성공시켰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전반 후반 페드로와 다니엘 알베스에게 연속골을 허용했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력은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무리뉴 감독도 경기 후 "하프타임은 쉬웠다. 바꿀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고 했을 정도였다.
엄청난 압박으로 인해 체력 소모가 컸을법 했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후반에도 바르셀로나를 물고 늘어졌다. 앞선 엘클라시코와 다르게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강인한 정신력을 보였다. 사실 레알 마드리드가 바르셀로나에 계속해서 무너진 것은 정신적인 부분이 더 컸다. 레알 마드리드는 앞선 상황에서도 당황했고, 골을 허용하면 쉽게 흥분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0-2로 지고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맹렬히 바르셀로나를 공략했다. 2대2 무승부는 의지의 산물이었다. 레알 마드리드도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자신만의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무리뉴 감독은 여전히 스페인 언론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갔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 팬들이 오늘 보인 경기력에 자부심을 느낄 것 같냐고 묻자 "모르겠다. 당신들이 거리에서 설문조사를 해보라. 당신들이 팬들의 감정을 컨트롤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경기 분석 문제에 대해서도 "당신들이 나보다 축구를 잘 이해하지 않느냐. 내가 스포츠 신문을 열독하거나 라디오를 열심히 듣는 편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당신들의 칼럼과 의견이 어떤지 꼭 지켜보겠다"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무리뉴 감독은 이날 무승부로 한 숨 돌리게 됐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에서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리그와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순항을 한다해도, 그의 능력이 평가받는 자리는 바르셀로나와의 일전이다. 4월 23일로 예정된 남은 엘클라시코가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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