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전남 사령탑에서 물러난 뒤 떠났던 K-리그.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대표팀 코칭스태프, 포항 코치, 경남 초대 감독, 전남 감독 등을 거치며 강행군을 소화한 그에게 2011년은 꿀맛같은 휴식이었다. 브라질, 독일 등 해외를 돌아다니며 재충전을 했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고민에 휩싸였다. "계속 축구계에 남아야 할까, 떠나야 할까."
신태용(성남), 최용수(FC서울) 감독 등 40대 기수들이 K-리그의 사령탑에 오르면서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할 시점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고민의 시발점이었다. 다른 직업을 알아볼 생각도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배운게 축구밖에 없었다.
고민을 거듭하던 중 그에게 기회를 왔다. K-리그 상주 상무가 감독직을 제의해왔다. '야인 생활'을 접고 지난해 12월 말 상주의 감독으로 부임한 박항서 감독(53)이 상무팀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계기다. 그런데 박 감독이 축구계를 떠나지 않기로 결심한데는 절친한 후배 최강희 대표팀 감독도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상주의 감독직을 놓고 고민하던 지난해 12월 22일 최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 된 것.
"(상주 감독을 맡기 전에) 1년간의 공백도 있어서 불안감도 있었다. 그런데 최 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맡은걸 보고 자극 받았다. 내가 대표팀 감독이 되는게 목적은 아니지만 상주팀을 잘 만들고 싶다는 자극제가 된건 사실이다." 2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온 친한 동생이 한국 축구의 얼굴로 등장한 것이 그를 다시 축구판으로 이끈 셈이다.
경남 남해에서 상주의 전지훈련을 이끌고 있는 박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최 감독을 친동생으로 생각하는데 최 감독의 생각은 모르겠다"더니 둘의 묘한 인연을 소개했다. 빠른 1959년생인 박 감독은 같은해 4월에 태어난 최 감독의 1년 선배다. 그러나 첫 인연이 맺어진 군대에서는 서열이 뒤바뀌었다. "내가 육군축구단에 입대했을때 최 감독이 병장이었다. 입대하자마자 최 감독에게 신고를 했다."
군대에서 선임으로 모시던 1년 후배는 다시 사회에 나오자 동생이 됐다. 이후 두 사람은 축구계에서 함께 적을 옮기며 깊은 우정을 나눴다. 최 감독의 독일 유학시절에 박 감독이 독일에서 한달간 신세를 지기도. 1997년부터 수원 삼성에서 3년간 함께 코치를 역임했고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는 박 감독이 사령탑으로, 최 감독이 코치로 함께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췄다.
이제는 다른 배를 탔지만 박 감독은 최 감독의 든든한 후원자로 나설 참이다. 자주 전화 통화를 하는 사이지만 축구에 대한 얘기는 일절 하지 않는 것이 그의 철칙이란다.
"최 감독이 대표팀을 맡은 이후 전화통화에서까지 대표팀 얘기를 하면 얼마나 스트레스 받겠나. 그냥 이런 저런 세상 사는 얘기만 한다. 최 감독은 대표팀에서 나는 상주에서 각자 맡은 팀을 잘 이끌면 된다. 친한 동생이 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축구계 은퇴를 고민하던 박 감독을 다시 K-리그로 이끈 동생 최 감독. 묵묵히 뒤에서 동생의 선전을 기원하는 형님 박 감독. 20년 동안 쌓아온 두 감독의 우정은 이렇게 말 없이도 온기를 품고 있었다.
남해=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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