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하이볼 스매싱! 좋았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훙~ 훙~'. 머리 위로 높이 뜬 공을 강력한 어깨 회전과 손목 스냅을 이용해 내리치는 스매싱이 빚어내는 테니스 라켓의 효과음이다. 여긴 어디? 테니스장? 아니었다.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의 '스포츠 콤플렉스'에 차려진 두산의 스프링캠프 현장이다.
프로야구단 스프링캠프에 난데없이 테니스 라켓과 스매싱이 왜 등장했을까. 선수들이 휴식시간에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테니스라도 치는 것일까. 한창 야구 훈련하기에도 바쁜 시기에 그럴 리가 없다. 알고보니 이번 스프링캠프에 새로 도입한 색다른 투수 훈련기법이었다.
1일(한국시각) 오후, 두산 선수단의 일일 훈련이 막바지에 접어든 때였다. "자, 라켓 들고 따라와라"는 조성민 2군 불펜코치의 말이 떨어지자, 조승수와 서동욱 등이 조금 특이한 모양의 테니스 라켓을 들고 불펜으로 향했다. 통상적인 테니스 라켓과 달리 손잡이 부분이 매우 짧은 라켓이다. 게다가 라켓면에는 비닐 커버를 씌운 상태였다. 어떤 면에서는 '라켓볼'용 채와 비슷한 모양이다. 이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급히 따라가봤다. 수건으로 섀도 피칭을 하는 선수들 옆으로 조승수가 라켓을 손에 쥐었다. "손목하고 어깨높이에 신경쓰고. 자, 해봐". 조성민 코치가 말하자 조승수가 라켓을 손에 든 채 하이볼 스매싱을 했다. 마치 테니스 경기에서 머리 위에 있는 공을 네트 너머 상대 코트에 꽂아넣는 듯한 모습이다. 그런데 이 모습이 꼭 피칭할 때의 모습과도 닮아 있었다. 결국 또 다른 형태의 피칭연습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조성민 코치의 제안에 따라 이번 캠프에 추가된 훈련메뉴다. 테니스의 하이볼 스매싱이 오버핸드 투수가 공을 던질 때와 비슷한 메카니즘을 갖고 있다는 데 착안한 것으로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에서 쓰는 훈련법이라고 한다. 조 코치는 "내가 요미우리에 있을 때 이렇게 훈련했다. 이후 한국에 와서도 계속 이 특수 테니스 라켓을 갖고 다니며 훈련했다"고 말했다.
이 훈련의 효과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높이 뜬 공을 내려친다는 의식을 갖고 스매싱을 하다보면 팔꿈치 높이를 올릴 수 있다. 오버핸드 투수의 경우, 일반적으로 팔꿈치 높이가 올라가면 타점도 높아진다. 그러면 타자들에게 더 위협적인 공을 던질 수 있다. 조 코치는 "의식적으로 라켓을 투구폼과 연계해 휘두르면 투수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두 번째 효과는 손목힘의 강화다. 라켓면에 비닐 커버를 씌우는 게 바로 이 효과를 위해서다. 넓은 라켓면이 비닐커버로 덮혀 있으면 던질 때 바람의 저항을 받아 자연스럽게 손목에 운동효과가 생기는 원리다. 권명철 투수코치는 "투수들을 훈련하는 기법은 실로 여러가지다. 테니스 라켓 역시 그 중 하나인데, 선수들이 이 훈련으로 효과를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탈락의 설움을 씻기 위해 두산은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피오리아(애라조나)=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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