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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축구현장을 가다]팬이 선수교체 외치자 스콜라리가 움직였다

by 노주환 기자
브라질 상파울루주 1부리그 팔메이라스와 모기 미림전 장면. 상파울루(브라질)=노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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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상파울루주 1부리그 팔메이라스-모기 미림전 A석 입장권 단가는 80헤알이었다. 한화로 5만1000원 정도 했다. 브라질을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우승으로 이끈 명장 스콜라이 감독의 팔메이라스는 브라질을 대표하는 명문 클럽이다. 하지만 모기 미림은 역사와 성적 면에서 팔메이라스와는 비교 자체가 안 되는 작은 클럽이다. 모기 미림이 내세울 만한 것은 히바우두가 그 클럽에서 뛰었다는 것 뿐이다. 비교자체가 안 되는 두 클럽의 맞대결 입장권 가격을 사기 위해 5만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K-리그에선 1만원을 내면 웬만한 경기를 다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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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경기시작 밤 10시(현지시각) 보다 40분 앞서 팔메이라스 홈구장에 도착했다. 본부석 출입구로 들어가는데 몸수색을 했다. 보안요원이 총기류를 갖고 있지 않은 지 기자의 몸을 더듬었다. 브라질에선 총기를 소유할 수 있다. 보안검색 이후 개찰구를 지나는데 구멍에 티켓을 살 때 받았던 전자카드를 밀어넣어라고 했다. 입장권이 있는데 이런 성가신 작업을 뭐하러 할까 궁금했다. 그 답은 경기를 보는 도중에 풀렸다.

본부석 쪽에 위치한 해당 A석을 찾아가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동선이 매우 간단해 금방 찾았다. 경기 시작 30분 인데도 원정오는 상대가 시원찮은 탓에 입장 관중은 많지 않았다. 만약 이날 상대가 팔메이라스의 최대 라이벌인 코린티안스였다면 이 경기장은 벌써 6만명 이상이 들어차 발디딜 팀도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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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최대 도시 상파울루시를 연고로 하는 1부리그 클럽은 팔메이라스, 코린티안스, 상파울루, 포르투게사 네 개다. 팔메이라스와 코린티안스의 맞대결이 '파울리스타 더비'로 불리는데 가장 치열한 라이벌전으로 통한다. 1914년 창단된 팔메이라스는 이탈리아계 브라질인들의 팀이라고 보면 된다. 1700만 팬을 갖고 있다. 이에 맞서는 코린티안스는 1910년에 창단됐고 최근 가장 값나가는 인기 구단이다. 팬수가 2900만명에 달한다. 영국인들과 영국계 회사에 다니는 노동자들이 중심이 돼 만들어진 구단이다. 지난해 전국 1부리그격인 세리에A에서 우승을 차지한 챔피언이다.

브라질 축구는 최근 들어 세계최강의 자리를 스페인에 넘겨주며 자존심이 구겨져 있다. 하지만 브라질 축구의 저변은 세계 그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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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관중의 관전 수준은 웬만한 축구 전문가를 능가했다. 팔메이라스가 1-0으로 앞섰지만 추가골이 터지지 않아 답답하던 후반 18분, 한 나이지긋한 팬이 소리쳤다. "선수 교체하라. 스콜라리." 그러자 그 주변에 있던 팬들도 동조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 외침에 대한 반응은 바로 이어졌다. 스콜라리 감독은 교체 투입을 위해 선수 두 명을 불렀다. 후반 23분 두 선수가 투입됐다.

팔메이라스 팬들은 잉글랜드 팬들 처럼 집단적으로 광분하며 응원을 보내지는 않았다. 물론 열혈 서포터스는 본부석 맞은편에서 웃옷을 벗고 선채 서포팅을 했다. 본부석 쪽 비싼 티켓을 사고 온 팬들은 경기를 뚫어져라 쳐다 보면서 선수, 심판, 감독을 향해 송곳 같은 코멘트를 외쳤다. 어이없는 슈팅을 날리는 선수에게 "술 마시고 게임하지 마라" "당신, 돈값 해라"고 했다. 주심의 판정이 억울할 경우에는 "당신, 눈이 안 보이지"라고 핀잔을 주었다. 그러다가도 마르코 아순상이 기가막힌 프리킥으로 선제 결승골(전반 1분)과 쐐기골(후반 42분)을 터트렸을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기뻐 펄쩍펄쩍 뛰며 박수를 쳤다. 팔메이라스가 2대0으로 승리했다. 팔메이라스는 2승2무(승점 8)로 4위로 뛰어올랐다. 선두는 코린티안스(승점 1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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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25분쯤,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홈팀에서 관중 발표가 있었다. 전광판을 통해 나온 이날 총 관중은 3910명. 적어서 놀란게 아니었다. 유료관중 3551명, 초청 330명, 미디어 29명이라고 구체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개찰구에서 구멍에 넣었던 전자카드를 통해 상세한 관중 집계가 이뤄진 것이다.

이미 브라질리그에선 6심제를 정규리그 내내 사용하고 있었다. 심판 보호 차원에서 전반과 후반전 종료 뒤 무장 경찰이 경기장을 빠져나갈 때 호위했다. 주심은 경기 도중 정확한 프리킥 지점과 방어벽 지점을 알려주기 위해 뿌리는 스프레이를 들고 다녔다. 스프레이 자국은 시간이 지나면 금방 사라졌다.

브라질 클럽 축구는 매우 복잡한 리그 시스템을 갖고 있다. 1년을 기준으로 1월부터 5월 중순까지는 주리그, 5월말부터 12월말까지 전국리그가 벌어진다. 현재는 주리그 시기다. 주별로 팀수에 따라 1부부터 4부까지 상황에 맞게 나눠져 있다. 가장 많은 상파울루주 같은 경우 4부로 나눠 승강제를 시행한다. 상파울루 1부리그에선 성적 하위 4개팀이 2부로 내려간다. 전국리그로 역시 4부로 분리돼 있다. 주리그 순위와 상관없이 각 클럽의 전년도 성적에따라 뛰는 리그가 정해진다. 1~3부까지는 20개팀, 4부는 70개팀이다.

1~2부간에 4개팀씩 업다운된다.

팔메이라스를 5세 때부터 응원했다는 파비우(28·IT업체 회사원)는 "팔메이라스는 내 생활이다. 꼬마일때부터 이곳에 아버지랑 와서 우리 팀을 응원했다"면서 "1994년 전국대회 마지막 우승 이후 아직 챔피언에 오르지 못했다. 구단 경영진이 성적보다 정치를 하는데 혈안이 돼 있어 아쉽다. 하지만 난 계속 팔메이라스를 응원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곳 브라질에선 앞으로 2년 4개월 뒤 축구월드컵이 열린다. 상파울루(브라질)=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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