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넘게 진행된 전남의 일본 전지훈련. 훈련때야 선수들이 모두 모인다지만 여가시간에는 선수들이 한데 모이기가 여간 쉽지 않다. 방에서 인터넷을 하고 개인 시간을 보내기에 바쁘다.
그런데 12일 휴식시간에 집합 명령도 없었는데 대부분의 선수들이 우르르 방 밖으로 몰려 나왔다. 코칭 스태프도 로비에 모였다. 로비의 쇼파는 전남의 차지가 됐다.
인터넷 불통이 일으킨 일대의 사건이었다. 12일 구마모토를 떠나 가고시마의 한 호텔에 도착한 이들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호텔방에 인터넷 연결이 안된다는 것. 행동은 재빨랐다. 인터넷이 되는 곳이 1층 로비 뿐이기에 선수단이 각자의 휴대폰과 노트북을 꺼내 들고 삼삼오오 모였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의 수만 합쳐도 대략 20여명.
휴대폰으로 메신저를 하는 선수부터, 인터넷 기사를 읽고, 일부는 게임까지 했다. 용병 코니와 사이먼도 인터넷 삼매경에 빠졌다. 이를 본 전남 구단 관계자는 신기하다는 듯 말을 꺼냈다. "인터넷이 무섭네요. 일본에 와서 휴식시간에 이렇게 선수들이 많이 모인 건 처음입니다."
그래도 혈기 왕성한 20대 선수들에게 호텔 로비는 좁았나보다. 로비를 벗어나 놀이거리를 찾던 이들에게 볼링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종호가 선두에 나섰다. 로비에서 볼링을 치는 자세를 취하며 내기를 걸었다. "지는 팀이 게임비와 온천욕비까지 내기로해요." 이종호-손설민, 김근철-정명오조의 한 판 승부가 시작됐다. 이종호조는 젊은 패기로 맞섰다. 그라운드 위에서의 플레이 스타일은 볼링을 칠때도 그대로였다. 볼링핀이 깨질듯한 파열음이 볼링장을 뒤덮었다. 그러나 승리의 영광은 노련미가 돋보인 김근철 조의 차지. 5~6프레임에서 이종호가 연속 스페어 처리에 실패하며 자멸했다. 김근철조는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갔다. 249대 215(두 명 합계)로 김근철조가 낙승을 거뒀다.
"근철이형. 나 지갑 안가지고 내려왔어요. " '광양 루니' 이종호의 배짱은 내기에서 진 후에도 빛났다. 이종호가 룸메이트인 김근철의 지갑만을 챙겨왔다는 것. 김근철은 어이없다는 듯 게임비를 냈고 다시 온천욕장으로 향했다. 두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로비로 돌아온 이들을 맞이한 건 아직도 쇼파에 앉아있는 선수들과 일부 코칭스태프였다. 김도근 코치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이종호에게 "어디 갔다 왔냐?"고 물었다. "온천욕 했습니다"라는 답변이 이어지자 김 코치는 웃으며 화답했다. "온천욕한거 맞냐?"
"한 방 먹었네요"라며 웃으며 지나가는 이종호와 제자의 뒷 모습을 보며 흐믓한 미소를 짓는 김 코치. 훈련에 지친 전지훈련지에서 맞이한 달콤한 하루의 휴식이었다.
가고시마=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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