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그렇게 꼬이는지…"
KCC 허 재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친한 사람들이 악연이다"라고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이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허 감독이 얘기한 '친한 사람들'은 KT 전창진 감독과 동부 강동희 감독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말한 이유가 있었다.
강 감독에게 사실 전 감독은 스승같은 선배다. 전 감독이 TG삼보(동부의 전신) 사령탑을 맡고 있던 시절, 강 감독은 LG에서 은퇴한 뒤 미국유학을 가려고 했었다. 그러나 미국유학을 갔다온다고 해도 코치로서 불러줄 데가 있을 지는 의문이었다.
이때 전 감독이 러브콜을 했다. 당시 TG삼보는 모기업의 지원이 거의 끊어진 상황. 전 감독은 "돈이 없어 보수는 많이 줄 수 없다. 대신 코치로서 경험을 쌓을 순 있다"고 영입을 제의했고, 강 감독은 즉각 승낙했다. 전 감독은 자신의 지도 노하우를 모두 전수했다. 강 감독 역시 깎듯이 전 감독을 모셨다. 그들의 관계는 너무나 공고했다.
전 감독이 KT로 팀을 옮겼을 때 강 감독이 동부 사령탑이 되기 위해 보이지 않게 여러가지 배려를 했다. 결국 전 감독이 떠난 빈 자리를 강 감독이 메울 수 있게 됐다. 이런 과정을 잘 알고 있는 허 감독은 "사실 강 감독과 전 감독은 사제지간이지 뭐"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때부터 허 감독이 말한 꼬이는 사건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 4강 플레이오프에서 혈투를 펼쳤다. 누구보다도 절친한 사령탑들이지만, 코트에서 양보는 없었다. 신경전까지 있었다.
그리고 동부의 우승이 결정된 14일, 상대는 KT였고 장소는 KT의 홈인 부산이었다. 허 감독은 "두 감독 모두 물러설 수 없었을 것이다. 강 감독은 연승을 포기하지 못했을 것이고, 전 감독님도 안방에서 우승을 내주긴 싫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허 감독의 걱정은 기우였다. 그들은 코트에서는 너무나 치열했지만, 코트밖에서는 너무나 '쿨'했다. 전 감독은 동부의 우승을 축하하며 "지금의 동부는 강 감독이 만든 것"이라고 겸손의 모습을 보였다. 사실 지금까지 동부 전력의 근간을 만든 것은 전 감독이기 때문이다. 강 감독 역시 "전 감독님은 너무나 고마운 분"이라고 했다.
허 감독은 사실 사흘 전(11일)에 절친한 후배 강 감독에게 전화했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토요일(18일)까지는 우승을 결정짓고 와라. 안 그러면 죽는다'고 했다"고 웃었다. 18일 전주에서 동부와 KCC 경기가 열리기 때문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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