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왜 저쪽에서 걸어나오지?"
20일 전남 영암 현대사계절잔디구장. A대표팀 선수단을 태운 버스 2대는 훈련장 정문이 아닌 뒷편 도로에 나란히 정차했다. 선수단은 쪽문을 통해 삼삼오오 훈련장으로 들어와 몸을 풀더니 이내 훈련을 시작했다. 전날 첫 훈련에 이어 이날도 추위에 아랑곳 않고 사인지를 들고 경기장을 찾은 시민들은 일순간 허탈함이 묻은 한숨을 쉬었다. 1시간 40여분 훈련이 마무리 된 뒤에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선수들은 훈련장 구석에서 정리 운동을 간단하게 한 뒤, 쪽문으로 빠져 나가 발빠르게 버스에 올라탔다. 장비 담당들은 선수들이 정리 운동을 할 적에 이미 대부분의 훈련 장비를 버스에 실어 놓았다. 취재진이 몰려들어 앞을 가로막자 '어휴'하는 한숨을 내뱉은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은 이내 "선수들이 버스에 다 탈 때까지 내가 지키고 있어야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물어보세요"라며 넉살좋은 '봉동이장' 미소를 지었다. 대표팀 관계자들은 몰려드는 팬들에게 정중히 양해를 구한 뒤 자리를 따났다.
선수단 컨디션 유지를 위해 내놓은 최 감독의 궁여지책이었다. 19일 첫 훈련 당시 예상보다 많은 취재진과 팬들의 규모에 혼쭐이 났던 최강희호다. 훈련장을 나와 버스까지 걸어가는 5분 남짓한 시간에 인터뷰와 사인공세를 피할 수 없었다. 많은 관심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최 감독 입장에서는 짧은 시간 동안 서서 맞는 칼바람이 자칫 선수들의 컨디션에 영향이 있을까 노심초사 할 수밖에 없었다. 버스를 타고 다시 숙소까지 10분을 내달려야 하는 시간적 제약도 있었다. 때문에 차선책을 알아보다 그라운드와 도로가 맞닿은 후문 쪽을 승하차 장소로 택한 것이다.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선수단 집중력을 유지하려는 속내도 깔려 있다. 29일 쿠웨이트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최종전은 한국 축구의 명운을 가를 수도 있는 경기다. 무승부 이상의 결과를 얻어도 최종예선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만만찮은 준비를 하고 있는 쿠웨이트가 느긋하게 경기를 치르지 않을게 당연지사다. 승리라는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있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경기인 것이다. 첫 훈련부터 이어지고 있는 과도한 관심이 소집 첫 날 어렵게 다져놓은 선수단 정신력을 흩뜨려 놓지 않을지 걱정할 수밖에 없다. 쿠웨이트전 승리라는 확고한 목표를 갖고 정진해 최상의 결과를 낸 뒤 마음껏 웃겠다는 것이 최 감독의 속내다.
영암=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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