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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전]밥먹으며 볼트래핑'축구귀신' 남태희가 해냈다

by 전영지 기자
◇남태희  스포츠조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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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 선제골이었다.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린 지 불과 14초만에 골이 터졌다. 다들 '단두대 매치'라고 했다. 이겨야 사는 게임, 모두가 마음 졸였던 경기는 의외로 쉽게 풀렸다. 해결사는 오만전을 앞두고 올림픽호에 깜짝발탁된 남태희(21·레퀴야)였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용병술이 기막히게 적중했다. 3대0 대승의 기폭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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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희는 22일 밤(한국시각)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5차전 오만전에 오른쪽 날개로 선발 출격했다. 영리했다. 한번 잡은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았다. 상대 수비수의 실수는 '환상의 어시스트'가 됐다. 왼발로 침착하게 골을 밀어넣었다. 올림픽대표팀 데뷔골이었다.

남태희는 대한민국 축구 영재의 상징이다. 2007년 '절친' 지동원(21·선덜랜드) 김원식(21·FC서울)과 함께 대한축구협회 우수선수 유학 프로그램에 뽑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레딩에서 수학했다. 올림픽대표팀보다 A대표팀 데뷔가 빨랐다. 딱 1년 전인 지난해 2월 터키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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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감독과의 첫 인연은 '아쉬움'이었다. 홍 감독은 2009년 5월 국제축구연맹(FIFA) 이집트 청소년 월드컵(20세 이하)을 앞두고 프랑스 리그1 발랑시엔에 막 입단한 남태희를 테스트했다. 강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 남태희는 "홍 감독님이 워낙 대스타셔서 사진 한번 찍고 싶었다"며 천진난만하게 당시를 떠올렸지만, 쓰라린 아쉬움의 기억을 잊지 않았다. "A대표팀, 올림픽팀 모두 욕심있지만 실력이 부족해 A대표는 부담스럽다. 올림픽대표팀도 어려운 자리지만 또래 선수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말로 런던행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홍 감독과의 두번째 인연은 짜릿했다. 홍 감독은 2월 초 사우디전 때 선수단 숙소에서 남태희를 면담한 후 올림픽대표팀 발탁을 결심했다. 본인의 확고한 의지를 직접 확인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카타르리그 챔피언 레퀴야로 이적한 지 두달만이었다. 지난 15일 파주NFC 소집 훈련에서 홍 감독은 "남태희는 카타르 현지에서 시즌 중 이동하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 가운데 가장 컨디션이 좋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시 만난 '유망주'의 성장에 흡족함을 표했다. 그리고 남태희가 감독의 무한 믿음에 보답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4초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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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희의 머릿속은 오로지 축구 생각뿐이다. 에이전트인 류택형 지쎈 이사는 "한손으로 밥을 먹으면서도 양발로는 끊임없이 볼 트래핑 연습을 하는 모습에 놀랐다"고 귀띔했다. 카타르리그 이적 직후 어린 선수가 돈을 보고 중동에 갔다는 오해도 받았다. 하지만 정작 남태희는 "행복하다"고 했다. 발랑시엔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자멜 벨마디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마음껏 그라운드를 누볐다. 8경기에서 4골3도움을 기록했다. 남태희는 편한 길을 택했다는 팬들의 비난에 시달리면서도 공연한 변명보다 트위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실망하고 계시는 거 압니다. 하지만 단 한가지 제 꿈은 여기까지가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네요'라는 말로 겸허히 고개 숙였다. 대신 공격수답게 골로 말했다.

남태희는 올림픽대표팀 발탁 후 "올림픽팀은 분위기가 정말 좋다. 내가 가서 오히려 잘 만들어진 분위기가 깨질까봐 걱정된다"는 말을 자주 했다. 기우였다. 남태희가 있어 올림픽대표팀이 행복해졌다. '걸출한 신입생' 남태희의 발끝에서 대한민국 올림픽 7회 연속 본선행 쾌거가 완성됐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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