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자리 좀 옮겨야겠어요. 뒷자리를 앉으니까 기분이 별로네."
유상철 대전 감독이 독을 단단히 품었다. 현역시절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유 감독은 27일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굴욕 아닌 굴욕을 당했다.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뒷자리를 배정받았고, 자유 인터뷰에서도 구석 자리에 앉았다. 유 감독은 "대전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확실히 알았다. 올시즌 달라진 축구로 내년 시즌 좀 더 주목받는 자리에 있고 싶다"고 했다. 각오를 다진 유 감독이 올시즌 꺼내들 비장의 무기는 '유비축구'다.
당초 대전의 브랜드는 '벌떼축구'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유 감독은 대전의 축구를 벌떼축구로 등식화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내 입으로 '벌떼축구'라는 얘기를 꺼낸 적이 없다. 우리가 조직력으로 승부한다는데서는 벌떼축구가 일맥상통하지만 너무 촌스럽다. 벌떼축구는 박종환 감독님 시절에 나온 얘기 아니냐"고 했다. 그래서 고심 끝에 생각한 것이 '유비축구'다.
'유비'는 유 감독의 오랜별명이다. K-리그 데뷔 후 별명이 필요하다고 해서 여러가지를 추천받았는데, 유비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별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평소 선수들에게 지혜로운 플레이를 강조해온만큼 '유비축구'는 딱이었다.
'유비축구'는 '유리하게 상황을 이끈 뒤 비수를 꽂겠다'는 의미다. 언뜻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유 감독이 구상하는 축구가 이 속에 담겨 있다. 유 감독은 올시즌 공격축구를 천명했다. 모두가 대전을 강등후보로 생각하지만 절대 물러서지 않고 전진하겠다고 했다. 유 감독은 최대한 점유율을 끌어올려 경기를 주도한 뒤 공격진의 빠른 스피드로 승부를 결정짓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팬들이 원하는 매력적인 축구를 하고 싶다. 올시즌 공격쪽에 변화를 많이 준 것도 공격축구를 하기 위한 복안이었다. 미드필드에서 많이 뛰는 축구로 주도권을 잡고 공격진의 빠른 스피드로 전환하는 축구가 올시즌 대전의 색깔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유 감독은 올시즌 8강 진입을 꿈꾸고 있다. 겨우내 착실한 동계훈련으로 선수단이 모두 자신감에 차있다. 강등후보라는 세간의 우려가 오히려 약이 됐다. 비상을 꿈꾸는 대전의 중심에 '유비축구'가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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